우는 것밖에 할 수 없어서
37.
내 마음에 탁한 기운이 접착되어있다. 가끔은 산책을 하거나 샤워를 해도 나아지지 않는 기분이 있다. 빛과 물이 희석시킬 수 없는 마음이 온종일 피어오르면 나는 속절없이 운다.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을 땐 우는 것조차 힘이 든다. 보고 싶을 땐 볼 수 없으면서 울고 싶을 땐 왜 울 수밖에 없을까. 초침 소리를 따라 손가락을 주무른다. 뼈가 튀어나온 부분을 집중적으로 주무른다. 분명 어린아이일 때보다 뼈가 굵어졌는데 마음은 여전히 말랑해. 어릴 적 내가 나이 든 나보다 용감할지도 몰라. 너무 많은 것을 알면 자꾸 뒷걸음질 치게 된다. 너무 적게 알면 질주하다가 무심코 다치고 만다. 너무 많이 알지도 적게 알지도 않으면 제자리에 있게 된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아서 자꾸 울고 있다.
시 한 편을 소화할 수 없는 날은 체력이 바닥난 날이다. 시동을 걸 수 없는 뇌를 이고 하루를 산다. 마음은 잘 찢어지는 재료로 만들어져서 한 번의 공격으로도 허공에 부스러기로 흩날린다. 내 눈물의 경력은 눈처럼 쌓이고 빗소리를 따라 뇌는 사표를 낸다. 껍데기로 사는 하루는 나약한 마음과 짜디 짠 눈물의 흔적이 된다.
울고 싶어서 우는데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어서 찢어지게 울고 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