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긴 글 #51 - 시집을 읽고

문장이 날 잡아먹었다

by 생강

51.


시집을 읽었다.

시 속에 내가 있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있었다.


내 이야기잖아.


유출된 미래는 재채기처럼 왔다 가버리고

시인은 무심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마침표와 마침표 사이에서 돌고 도는 내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미래를 보고 쓴 것이다.

시인은 멋진 여행자였을까.

나의 끝을 미리 경험한 사람일까.


나의 생각이 타인의 언어로 탄생할 때,

잊지 못해 며칠은 문장에 갇힌다.


아는 단어의 조합과 상실과 탈락을 거쳐

새로운 세계를 발굴하는 시인의

시집 속에 꼼짝없이 갇혔다.


슬프고 아름다운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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