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아무도 모르니까
52.
확신이 있으면 더 단단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어디서든 무르지 않고 명료한 미래를 살아갈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음을 느낀다. 나의 문법과 계산으로 이 세계의 값을 내놓았다가 인생의 시험지에 빨간 비만 죽죽 내리고 있다. 오답이어서가 아니라 세계가 유동적이어서, 그러니까 내가 아는 세계는 아주 작고 희미한데 작고 희미한 문법으로 우주 같은 세계를 설명하려 들어서 나의 판단에 오류가 뜬 것이다.
아무것도 확신하지 말고, 아무것도 장담하지 말자.
나의 판단을 약하게 신뢰하면서 동시에 장담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지 못하는데 정말 작은 내가 모든 세계를 해석하려 했다니, 아주 용감하고 배짱 있는 사람이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다.
여태껏 나는 아는 것은 알고 모르는 것은 모르는 상태로 살았는데, 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모든 것을 외면할 수 없어서 결국 이렇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으며 다를 때도 있다. 당장 내일의 일도 모르면서 이 땅 위의 일들을 마음대로 판단해서 확신하는 일은 무리였음을 깨달았다. 고되지만 후회 없는 과정이었다.
어쩌면 이 세계는 해석 불가의 별인지도 몰라.
해석할 수 없는 것을 해석하려 하니, 어떤 확신도 어떤 장담도 안 먹히는 거다. 답이 아니라 출제 문제부터 따져봐야 했네. 허무하고 행복한 결말이네.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휘발되지 않고 녹슬지 않는 상황이나 정의, 진리를 찾아 헤맸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무것인 세계를 나의 시선에 가두고 ‘이렇게 살면 이러한 결말에 당도하겠구나. 나는 그럼 이러저러한 사람의 모양으로 사는 게 낫겠지. 싫은데 안정적이네. 안 맞는 옷을 입고 남들이 가는 길을 걷겠네. 어쩌면 좋아.’라고 세계 속에 나를 욱여넣었는데, 그 마저도 실패하는 중이다. 하지만 후회 없다. 내가 세계를 해석하지 못하는 것, 그러니까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은 지금 행복해도 내일 슬플 수 있고 내일 슬퍼도 모레, 글피에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무것인 이 지구를 이루고 있다.
지구 속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아무것들이나 만들고
아무것들이 우리를 울리고 웃음 짓게 한다.
해석할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는 이 세계를 또 사랑하는 중이다.
오늘 계획한 것을 실행하지 못해도 괜찮다. 왜냐면 내일이 있고 내일은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