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 푹 빠지던 날
<아마도 아프리카>를 읽다가 벅찬 마음을 못 이겨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를 샀던 기억이 있다. 이제니가 쓰는 단어가 좋다.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는 이제니만의 말투도 좋다. 거의 모든 시에 밑줄을 긋고 인덱스를 붙였더니 시집이 인덱스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연필도 십 분에 한 번씩 깎아줘야 했다.
시인은 나의 미래를 먼저 보고 온듯했다. 내 심정을 그대로 옮긴 구절이 적지 않게 등장했다. 나는 너무 좋은 것을 보면 인상을 쓰고 입꼬리를 올리는데 시집을 읽은 내내 미간과 입꼬리를 쉴 새 없이 움직였던 것 같다.
좋은 글, 멋진 글은 그토록 기다렸던 사람처럼, 방문처럼, 초인종 소리처럼 내 가슴에 돌진한다. 콕 박혀서 나갈 줄 모른다. 이제니의 시가 그랬다.
마음이 헐렁해졌다. 슬프고 따뜻하고 벅차기를 반복하니 마음을 해동시킨 것처럼 물렁거렸다.
슬프고 아름다운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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