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날도 아닌 것 같아서
어릴 땐 생일이 특별한 날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특별한 날은 맞아, 내가 태어난 날이잖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랐는데 어느 순간부터 생일에 대한 애정이 점점 사라졌다. 그저 그런 날이거나 그냥 숫자처럼 느껴졌다. 생일에 무미건조한 사람이 되었고 그런 사람이 되려고 애를 썼다. 기대하면 실망하니까, 도리어 내가 먼저 기대를 저버리는 방식으로 일 년에 단 하루뿐인 날을 흘려보냈다.
소중한 사람들의 축하를 흠뻑 즐기면 되는데, 나는 왜 심통을 부릴까.
올해도 어김없이 생일이 돌아왔고 나는 덤덤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려 했다. 그런 나에게 축하의 기운을 듬뿍 보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나를 놓을 때 내 손에 다시 나를 쥐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매번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과 예상치 못한 축하를 보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또다시 마음이 흐물흐물한 상태가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매년 나의 생일을 보낸다. 기대하지 말자는 다짐이 무색하게 사람들의 축하를 야금야금 즐기는 방식으로.
헐렁하고 물렁해진 마음을 안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생일은 좋은 거구나. 좋아할 거면서 올해도 심통 부리는 건 여전하구나.
생일 축하해, 나야. 사랑을 먹고 자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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