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고 많은 것 중에 그런 걸 닮았을까
57.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계절이 찾아왔다. 봄, 설레고 활기찬 계절에 나는 꽃가루에 시달리고 있다. 어김없이 4월 말이 되면 두통과 코 막힘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재채기로 고통받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휴지로 콧구멍을 막고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목을 가다듬고 있다. 눈을 세척해서 다시 끼워 넣고 싶은 심정이다. 아름답고 괴로운 이 계절은 내게 애증이다.
왜 하고 많은 것 중에 그런 걸 닮았을까.
엄마는 꽃가루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나를 보며 속상하다는 듯 말했다. 엄마는 나보다 심하지 않아서 더 미안한 얼굴을 한다. 괜찮아, 이런 것도 닮고 저런 것도 닮는 거지. 나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정말 고통스러운 날엔 알레르기 없이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을 꽃가루와 사투를 벌이는데 지는 쪽은 언제나 나였다. 다음엔 꼭 알레르기 없이 태어나야지.
약 꼬박꼬박 챙겨 먹고. 빈속에는 안 된다. 미지근한 물 자주 마시고, 알겠지.
나는 잔병치레는 없었으나 한 번 앓기 시작하면 크게 앓는 방식으로 자랐다. 그 때문에 엄마는 내가 아프면 더 걱정하고 더 쓰다듬어준다. 엄마의 손길은 좋지만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을 받는 게 더 좋다. 건강해야지, 튼튼해야지. 그런 말을 하면서도 결국 봄이 되면 몇 주는 벌건 눈을 하고 재채기만 하는, 나약한 사람이 된다.
알레르기는 어쩔 수 없잖아. 예정된 고통이고 체념의 반복이지.
엄마에게 걱정 말라고 손짓했다. 아플 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약을 먹으면 곧 괜찮아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지만, 다르게 생각해볼까. 봐, 엄마의 이런 것과 저런 것을 닮은 게 재밌잖아. 종아리에 점이나 얼굴의 생김새 말고도 닮은 게 이토록 많은 관계라니. 봄이 싫다가도 좋은 이유가 어쨌든 엄마를 닮아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 그 사실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 좋아. 엄마의 일부가 내게 스며든 거지.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알레르기 없이 다시 태어나는 게 어딘가 허전했다. 엄마의 일부를 가지고 태어나는 편이 더 좋았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다시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엄마랑 나는 알레르기로 힘겨웠던 봄을 기억하며 훗날 깔깔대며 대화를 하고 있지 않을까. 그때 정말 코가 너무 매워서 울음이 나는 거야. 엄마보다 내가 더 심했잖아, 기억 나? 그런 말을 하면서 엄마와 닮은 얼굴로 웃는 중년의 나를 상상했다.
나 잔다. 약? 먹었지. 응, 엄마도.
몽롱한 기운으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