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에는 기억이 묻어있지
아침저녁으로 가을 냄새가 난다. 낮은 여전히 여름 냄새가 나고. 가을로 진입하고 있다. 가끔은 냄새로 계절을 체감하는 것 같다.
지난가을은 괴로웠다. 연속적인 실패로 스스로를 어딘가에 가두던 시절이었다. 몸도 마음도 허름해져서 나갈 수 없었다. 어떤 가을은 사람을 만났고 어떤 가을은 내면이 성숙해진 계절이었다. 가을 냄새를 맡는 건 기억을 맡는 것과 같다. 냄새 안에 나의 슬픔과 기쁨과 희열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아주 뒤섞여서 분간할 순 없지만 가을의 일들이 순간순간 떠오른다.
봄이면 봄 냄새를 맡고 내가 통과해 온 봄을 떠올린다. 여름이 되면 더위가 섞인 냄새로 지난여름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생각한다.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어느 겨울의 나를 생각한다. 콧속에 지나 온몸에 기억의 냄새가 침투한다. 나의 과거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냄새에 기억이 섞여있는 건 참 좋아.
그때의 향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그걸 맡고 내가 그때를 떠올리면 되니까.
가끔은 사라지지 않는 시절을 생각한다. 세상에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한 기억은 소멸하지 않는다. 그 속에 영원처럼 살지 않을까.
나와 여러분의 기억 냄새가 궁금해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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