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기다리는 게 더 재밌어
늦가을이 되면 캐롤을 찾아 듣는다. 대부분 10월부터 시작인데, 주변에서는 그런 나를 보고 “벌써?”라고 말한다.
벌써?
응, 벌써.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기다리는 날들이 더 즐겁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결과보단 과정이 좋은 몇 안 되는 날인데, 그런 이유로 나는 크리스마스를 정말 좋아한다. 아직 오지 않은 날에 대한 설레는 마음, 그것이 미열로 지속되는 몇 달이 내게 행복이 된다.
우리는 매일 결과가 중요한 세상 속에 사는데, 크리스마스만큼은 과정이 사랑스러워 견디지 못할 정도로 행복하면 안 될까.
누구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냐.
나는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행복하고 싶어.
그뿐이야.
크리스마스여서, 장식을 달고 캐롤을 틀고 트리를 꺼냈다. 크리스마스잖아, 그 한 마디로 아주 유쾌한 변명을 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전부 크리스마스를 위해서야. 솔직하게 말할까. 이건 다 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는 나를 위해서다. 내가 행복하기 때문이지.
과정과 결과가 뒤바뀌는 유일한 날, 나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몇 달의 삶을 행복으로 채운다.
10월에 꺼낸 트리는 내년 2월까지 꺼내 둘 것이다.
두고두고 보고 싶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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