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날을 통과하고 남은 것

무심하게 살아있다는 마음뿐

by 생강


다시는 앞으로 가지 못할 것 같았는데, 나는 어느새 이렇게 서 있다. 오늘에서 내일로 넘어가는 건 내 힘으로 이룬 게 아니었으므로 나는 매일 밤 자책에 시달렸다. 내가 한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웃기지 않니.

그런 날을 통과하고도 이렇게 무심하게 살아있다니.

내일이 와도 우는 것밖에 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이렇게 울 시간도 없이 살아있다니.


어두운 날은 나도 모르게 찾아와서 나도 모르게 가는 건가. 아무리 지나갔다 해도 나는 그걸 겪었는 걸. 그렇다면 그건 없어지는 게 아니지. 흔적이 남은 거지.


있지만 없는 것. 영원보다 순간적인 흐름으로, 통과해야 하는 날들.


영원한 건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고 싶어. 영원한 고통은 없다. 나는 순간을 사니까 그때만큼은 영원한 고통으로 느끼겠지만, 아무 색도 없이 살던 내가 이렇게 지금을 사니까. 그렇다면 영원한 고통은 없는 거지. 다만 나는 오늘을 살았던 거지.


그러나 나는 그때의 감각이 아주 두렵고 다시 찾아오면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걸 생각하는 순간 나는 또 자괴감의 구멍에 빠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웃겨. 눈을 감은 것보다 어두운 날을 살던 내가 아무렇지 않게 오늘을 살다니. 지난날을 통과해서 고통과 타격의 흔적을 어루만지며 그때의 나를 떠올리다니. 그런 나를 애틋하게 보다니.


삶은 정말 알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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