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듯이 말했는데, 진짜 나 주는 거야?

젤리가 먹고 싶었는데

by 생강


한동안 젤리가 먹고 싶었다. 작고 단 무언가를 씹고 싶었고, 동네 마트에 가니 비건 젤리는 없어서 매번 실패를 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젤리가 가장 먹고 싶었던 날이 있었고, 그런 날을 조금 지나왔을 무렵, 언니가 방문에 매달린 채 내게 무언가를 사 왔다고 자랑을 했다.


뭐 샀게. 맞춰 봐.

뭐 샀는데.

젤리. 너 먹을 젤리.


젤리가 먹고 싶어. 하루는 언니에게 그 말을 흘리듯이 뱉었고 언니는 덤덤하게 듣더니 어느 날 내 앞에 비건 젤리 2 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어디선가 나의 젤리를 발견해서 사 왔다는 것이다.


포기할 때쯤이면 타인의 손으로 나의 행복을 주워 담는 기회가 찾아온다. 하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상황에 휩쓸려 하지 못하는 날이 많은데, 젤리도 그랬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고 그 길을 막는 문이 있으면 나는 종종 무기력해져서 그대로 주저앉는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그 문을 통과하는데 이번엔 언니가 반대편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달달한 젤리 2 봉지를 들고.


행복하고 싶은 마음, 하고 싶은 걸 하고자 하는 마음을 타인에게 스치듯 말하고, 누군가 내 앞에 그것을 들고 나타나는 것, 그러니까 내가 먹고 싶은 젤리를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르게 깜짝 선물로 주는 것. 그건 나의 마음을 흐르지 않도록 해주는 일이었다.


하고 싶은 마음. 나는 그 마음을 손에 움켜쥐고 사는데, 손 틈새로 새어나가는 마음이 있고 가끔은 누군가가 나의 손을 본인의 손으로 받쳐 잡아 나의 마음이 흐르지 않게 지탱해 준다. 고맙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언니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그 자리에서 젤리 2 봉지를 모두 먹었다. 언니에게도 나누어주었는데, 우리 입에 잘 맞아서 다음에 발견하게 되면 사 오자고 말했다.


입안에 달달한 과일 향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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