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귀여운 충동 구매
쇼핑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소비로 끝이 난다. 이번에는 도장이다. 자주 쓰지도 않는데 왠지 그날은 고양이 도장에게 마음을 모두 빼앗겨버렸다.
행복을 찍어내듯이 도장을 찍어.
아주 처음엔 책을 읽는 고양이가 새겨진 도장을 두고, 책을 읽은 것을 표시하기 위해 쓰자고 다짐했으나 그것은 이제 소용이 없고 나는 아무렇게나 종이만 보이면 마구 찍어댄다. 귀엽고 소중해서 흔적을 남길 때나다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가끔은 작고 귀엽고 소중한 것이 하루를 살리기도 한다. 나쁜 기운에 흡착된 마음이 한 번에 흘러가버리는 것처럼, 성취의 의미든 소소한 만족의 의미든 도장은 나름대로의 귀여움으로 내 책상 위에서 활발하게 생존 중이다.
고양이 도장 열 번. 귀여움도 열 번. 흘러간 음의 마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것이 열 번. 자꾸만 칭찬을 칭찬으로 듣지 못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하지 못해 곪아버린 마음을 달래기를 열 번. 그리하여 행운 같은 행복을 곁에 오래 두고 싶다고 중얼거리기를 열 전 하고도 서너 번.
행복도 인주에 묻혀 찍어내면 영영 지워지지 않을 수 있나. 나의 행복은 고양이만큼 귀엽진 않은데 그럼에도 휘발되지 않고 이 세상을 잘 살아남을 수 있나.
지워지지 않는 고양이를 보며, 작은 충동 구매에 은은하게 만족하는 내가 웃겨서 피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