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강 Jul 13. 2023

고양이는 장마철에 어떻게 살아?




너는 내게 마음을 준 적 없는데

마음을 뺏긴 내가 도리어 내 마음을 모두 주고 싶을 때.



비를 좋아하는데도 길 위의 고양이를 생각하면 장마가 밉다. 사람도 걷기 힘든 빗속에서 너는 어떻게 살아남는지. 거세게 흐르는 빗물이 아무도 휩쓸고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를 사랑하면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다. 반대로 그를 어렵게 하는 것들을 미워한다. 사랑은 세계를 넓혀줌과 동시에 알고 있던 영역을 모조리 깨부순다. 동일한 것을 보며 다른 마음을 갖게 되는 것,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그리하여 나의 세계가 너로 물드는 일이다.


이 장마가 끝나면 바짝 마른 나뭇잎을 껴안고 담장에서 질리도록 낮잠을 잤으면 좋겠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달콤한 오후를 보내기를.


매년 내 눈앞에 나타나 줘서 고마워. 작은 몸으로 안심을 건네주어서 고마워.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침마다 담장을 확인한다.



『괄호의 말들』 살펴보기

인스타그램

유튜브

매거진의 이전글 요가원을 찾아서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