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기 위한 삶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

by 새옹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유명한 말이 있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무기력한 나날이 계속되던 요즘

잠 못 드는 새벽, 갑자기 뇌리에 확 스쳐간 생각이 있었다

왜 우리는 잘 살려고 하는 것일까


흔히들 “잘 지내”라는 말을 하고

가끔 안부로도 물어보는 말도 “잘 지내?”라는 말이다


그리고 보통 “잘 살아갑시다”라고 하지

“잘 죽어 봅시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근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

계속 몸부림을 치게 한 원인은 아닐까


하지만 삶, 살아감이란 연속성이 있다


물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내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가라는 말처럼

매일을 시한부처럼 살면

더 열심히 살지 않을까 싶은 마법의 주문을 걸고는 한다


그 말이 효과적일 때도 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금방 지루하고 진부함을 느끼며

그것에는 더 이상 효과가 떨어진다, 각성하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한정 짓는다 해도

결국 오늘과 내일, 모레, 한 달 후, 1년 후, 10년 후

노년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삶 속에서

이런 말들은 허울에 불과하다


막상 말은 그렇게 해도

계획을 하며 사는 것이 사람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죽음’ 은 딱 한 번뿐이다

단 한 번의 기회 밖에 없다


사실 나는 어린 시절

진심으로 죽고자 결심했던 때가 있었다


비가 내리던 한강물 앞에서 2시간을 서성였던 어느 때였다

온몸이 차갑게 얼어붙은 채, 돌아온 그때의 나는 결심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 보기로’


진짜 죽고자 했더니, 살 용기가 생겼다

낭떠러지 앞에서의 깨달음이었다


‘죽음은 단 한 번 뿐이구나, 난 여기서 죽으면

더 이상 살 기회는 물론 죽을 기회도 없구나’


단 한 번의 배팅을 남겨두니, 유예하고 싶어 졌던 것이다

어차피 언제든 죽을 수 있는데, 지금 당장 결정할 것이 있나?


마치 회사로 치면 언제든 퇴사할 수 있는데


“하루만 더 다녀보자, 한 달만 더 다녀보자,

1년만 더 다녀보자”


이런 것과 같다


그렇다면

어차피 죽기 직전이라면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보면 되는 거 아닌가


무엇이 그렇게 두려울 것이 있나,

뭐가 그토록 무서웠던 걸까


결국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상태로 간다면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살아갈 용기,

무언가 하고자 하는 욕구와 열망, 열정이 생겼다

물론 그것이 분명하고 선명하진 않았다

그저 그런 감정 자체가 떠올랐다


침수되어 곧 얼어붙을 것만 같던 내 심장에

하나의 불씨가 피어올랐던 순간




잘 지내는 것, 잘 살아가는 것이 힘겹다면

그냥 ‘잘 죽기 위해 살아가보자’


우리에게 죽음의 기회, 선택은 단 한 번만 남아있고

언제든 그 선택을 할 자유는 있다


그렇기에 두려울 필요도 없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된다


하고 싶었지만 미루고 두려웠던 것,

망할까 봐 무서웠던 것, 잃을까 봐 무서웠던 것,

포기할까 무서웠던 것, 욕먹을까 무서웠던 것,

쪽팔릴까 봐 무서웠던 것,

잘 못할까 봐 무서웠던 것


“그냥 해라”


어차피 우리에게 남은 것은 죽음인데, 뭐가 그리 무서운가

아무렇게나, 얼기설기, 엉망진창이어도 해도 된다

그 누가 뭐라도 무서워할 것도 눈치 볼 것도 없으니 말이다


살아감은 연속성이고 매일 기회가 리셋되니

고통이라는 껍데기 아래 막연한 여유로움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남들을 다 둘러볼 시간도 많으니

비교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괴로움은 짙어져만 갔던 것이 아닌가


나의 진짜 욕구는 생매장되고

세상의 기준치에 들어맞는 욕구만 찾다 보니

원하는 것이 없어지고 만족도도 자율성도 떨어지고

무기력해진 것은 아닌가


그러나 죽음은 연속되지 않는다

그것으로 끝이며 종료이고 기회는 한 번


그런데도 그렇게 시간이 많고 여유로울까

주변을 둘러보고 비교하고 걱정하고 불안할 틈이 있을까?

그리고 죽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보따리에 싸서 들고 갈 수도 없고

그러기 전에 어차피 다 소멸되는 감정일 뿐이다




그러니 부디 ‘잘 죽기 위한 삶’을 살아라

타인과 비교하며 그들보다 잘 지낼 필요도

잘 살아갈 필요도 없다. 너의 자유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며

허공에 침을 뱉어도 된다


어차피 우리에게 유일무이 공평한 것은

‘모두가 죽는다는 것’이니


억울할 것도 없고 모두에게 단 1번의 기회만 주어지니까.


단 한 번의 기회를 허투루 쓰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