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상황을 빨리 지나는 법

by 김새옹


25.02.18 일기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선 힘이 부친다. 아무것도 기대되지 않고 좋아하던 것들도 하고 싶지 않다. 계속 그 진흙탕 속에서 잠식해 가는 거다. 숨 쉴 수 있게 고개만 가까스로 들어 보이며.

나의 무능력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계속 가라앉는다.

그런데 이런다고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다. 정말 없다.


나도 알아. 이런다고 나아지는 거 하나 없다는 걸.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황이 나아지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구절이 하나 떠올랐다. 고통스러운 하루에서는 재미가 중요하다고. 재미를 느껴야 고통을 잠깐이라도 잊고 버틸 수 있다고. 재미가 고통보다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할 때 고통의 시기가 짧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픔에만 집중하게 된다. 또 금방 나아질 텐데, 그 시간을 그렇게 버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면 회복의 시간이 힘들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요즘 재미를 느끼는 것이 통 없다. 원래는 좋아하던 것들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활력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가만히 있으면 기분도 바뀌지 않는다. 환경부터 바꿔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은 그림을 그리고 운동을 가고 산책을 했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으로 한 시간 넘도록 돌아다녔다. 운동하고 바로 나간 거라 다리가 아팠다. 그래도 계속 걸었다. 그날은 날도 적당히 차웠고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았다. 평화로운 날씨였다.



꽤 오래 걸었다. 긴 산책이 필요한 날이었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진흙탕이 보였다. 그런데 꽤 귀여운 모양인 게 아닌가.

귀 두 개와 늘어진 두 볼이 보였다.

더럽고 뿌연 웅덩이도 귀엽다 느낄 수 있구나. 진흙탕이었지만 모양새가 귀여웠다. 찍고 싶어졌다.



시간이 필요한 아픔을 겪는 하루는 진흙탕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진흙탕의 모양 정도는 내가 바꿀 수 있었다. 그저 그런 진흙탕으로 있을 것인지, 사진을 찍게 만드는 진흙탕이 될지. 그건 내 선택에 달려 있었다.


나는 나의 진흙탕이 활력이라도 있길 바랐다. 그래서 긴 산책을 한 거다. 내가 대견한 밤이다.



돌아가는 길에 마스크팩도 사고 신선한 딸기도 샀다. 내가 나를 챙겨줘야지.

기분 좋은 하루는 내가 하기 나름이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덕지덕지 붙은 하루는 지저분한 진흙탕에 불과하다.


어차피 금방 나을 거다.

주눅 들 이유도 없고 오늘을 즐기지 못할 이유도 없다. 활력이 되는 행동들을 조금씩 해나가자. 나를 내팽개치지 말자. 나는 소중한 존재니까.


이렇게 하루를 보냈다. 그날 밤부터 마음 상태도 몸 상태도 많이 호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