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by 김새옹


너는 내가 아팠던 시간 속에서만 살다가 떠났다.

너는 내 모든 것을 껴안고서 앙상한 뼈만 남았다.

나는 고작 눈 밑과 얼굴 일부만 헐었는데 너는 온몸이 다 헐었다. 그런데 너의 정신은 너무나도 맑다. 너의 마음은 너무 착하고 곱다. 미안하리만치.



너가 힘없이 눈을 감는다. 언제나 나를 보았던 너의 눈이 자꾸만 가라앉는다. 멍하니 벽을 응시하는 그 눈이 감기면 너를 영영 보지 못할 것 같다. 이름을 부르며 너를 깨운다. 코 밑에 손가락을 갖다 대어 본다. 쓰다듬으며 심장 박동을 확인한다. 잇몸 색을 확인한다.



자연의 섭리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너의 말도 들을 수가 없다. 너를 토닥이며 너의 손을 잡고 너를 안아주는 것, 그뿐이다.


죽음에 스며드는 너는 아름답다. 병약미가 이런 건가. 5일 동안 밥을 못 먹었는데 털은 어찌 이리도 부드러운지. 그래서 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너를 만난 건 운명이었다. 내 손바닥에 우두커니 올려진 너는 너무나도 가볍고 포슬거렸다.


한 끗 차이로 너는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시한부였던 너가 일 년 반을 더 살았던 것은 기적이었다. 나는 운명을 믿지 않았는데.



그러나 부적절한 선택이 반복되는 한 기적은 계속되지 못한다.


끝을 믿고 싶지 않았는데 끝이 보인다. 휘청거렸던 마라톤의 끝이.


기적을 이뤄냈던 너가 이젠 길고 적적한 휴식에 들어간다. 힘겹게 숨을 내뱉던 너가 이젠 조용하다. 콧잔등에 맺혀있던 물방울들은 증발했다. 쫑긋거리던 귀는 굳어버렸다.



너가 잠든 이후 하늘은 매일같이 쾌청했다. 몽글몽글한 구름은 널 빼닮았다. 너가 있는 곳은 어디든 예쁘다. 너는 가장 아름답게 잠든 아가다.


부드럽던 너를 더 이상 쓰다듬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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