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했던 장기 목표를 뚜렷이 하는 법

by 김새옹


며칠 전, 부모님과 서면 나들이를 나갔다. 이재모 피자 테이블링을 걸어두고 소품샵 두 세 곳을 들렀다. 몇 주 전부터 맥세이프 카드 지갑을 사고 싶었는데, 내가 원하던 제품이 서면의 한 오프라인 매장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가보니 없었다. 이미 다 나간 것 같았다. 그 게시글을 본 지 몇 주나 됐으니, 없는 게 당연하긴 하다. 아쉬웠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오후 4시의 길거리는 너무 더웠다. 이 날씨에도 다들 놀겠다고 돌아다니는 게 참 신기했다. 나도 놀러 온 건 마찬가지지만.


아버지는 “요즘 애들은 이렇게 노냐”는 말을 반복하며 신기해했다. 그 신기해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웃겨서 웃었다. 관심도 없는 소품샵을 함께 가준 것에 고마웠다. 아버지랑도 자주 놀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지붕 아래에 살지만 정작 함께 보내는 시간은 많지 않다.—있는 것에 감사할 것—



다행히 두 번째로 들른 무인 소품샵에서 마음에 쏙 드는 카드 지갑을 발견했다. 나는 마음에 쏙 들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내 것이라는 직감이 중요하다.


오래 돌아다니기 싫었는데, 운이 좋았다. 우리는 더 돌아다닐지 카페에 갈지 고민했다. 일단 난 내가 사고 싶었던 걸 산 터라, 이제부터는 구경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목이 말라서 그냥 근처 카페에 가기로 했다. 이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주홍빛 타일이 깔린 카페에 들어갔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정말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최근 들어 어머니는 “가장 되고 싶은 모습이 이미 되었다고 믿고 반복해서 말하면, 그것을 위해 행동하게 되고, 그렇다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고 말하곤 했다. 그렇지만 나는 도저히 공감이 가질 않았다. 확언을 하면서도 계속 '근거가 없다'며 의심하곤 했다.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이룬 후의 감정을 느낄 정도로 정말 생생하게 떠올려야 한다”고 했지만, 내 상상력이 부족한 탓일까. 아니, 나는 자꾸 근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어머니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졌다. "월에 어느 정도를 벌고 싶은지 한계 없이 생각하고, 그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라"고 했다. 이것은 꽤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원하는 모습이 되었을 때의 하루를 떠올리게 되었고,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날 밤부터 내 행동은 꽤나 달라졌다.


이때쯤,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는 “확언만 반복하기보다 비전보드를 만드는 게 더 도움이 되었다”며, 자신의 비전보드를 내보였다. 그걸 보는 순간 마음이 동했다. 내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나는 아버지의 비전보드를 참고하여 나만의 비전보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남은 건 행동이었다.





열심히 놀고 말해서인지, 졸음이 쏟아지는 귀갓길이었다. 내려가는 눈을 치켜뜨면서 노을을 감상했다. 요즘 하늘이 너무 예쁘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는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너무 부르기도 하고 잠이 오기 때문에, 지금 앉아서 비전보드를 만든다면 숙면을 취할 것 같았다.


열심히 뛰다가 자동차 위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등에 회갈색 무늬가 수 놓인, 예쁘장한 고양이였다. 집에 고양이 사료가 있었기에 운동할 겸 다시 집으로 갔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서 실망할 뻔했지만, 다행히 근처에 있었다.



양 옆을 살피며 조심스레 밥을 먹는 고양이를 보니 참 불안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땅한 집도, 마땅한 밥도 없는 거리의 삶은 불안 그 자체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그 녀석은 풀숲에 숨어만 있지 않았다. 커다란 차 위에 올라가 존재감을 뿜뿜 드러냈다. 그리고 그 덕에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위험에 뛰어들 때, 우리는 무언가를 얻는다. 안타깝게 바라봤던 길고양이의 삶은 우리 인간의 삶과 다를 바가 없었다.





씻고 책상 앞에 앉았다. 한 시간 정도 비전보드를 붙잡고 갈피를 잡았다. 비전보드는 계속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다. 나의 생각들이 한 곳으로 모일 것을 상상했다. 비전보드는 광활한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구체화시키는 마인드맵이다.


비전보드 만들기 틀 (아버지가 책을 참고하여 만듦)


나는 근거가 있어야만 믿는 나의 특성을 부정하지 않고 이용했다. 근거만 있다면 누구보다 확신을 가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는 방법을 찾았다. 비전보드. 이것은 내가 노래를 불렀던 근거 역할을 해준다. —지금으로서는—나에게 맞는, 나다운 근거다.


오랜만에 다시 들뜨게 되었다. 이것이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희미했던 장기 목표들을 구체화하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단기 목표로 설정한다.—나에게 맞는 목표를 설정할 것—


내면의 목소리—나—를 무시하지 않을 방법은 충분히 많다. 불편하다면 편해질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마음에 끌리는 것을 바로 행해본다면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