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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vitia J Apr 08. 2024

삶의 두 번째  기회

어댑트 어 하이웨이를 보고

나의 선임은 가끔 이렇게 말하신다. '창조는 어렵고 이미 만들어진 것에 대해 지적하기는 쉽다'라고. 삶에서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긴 하는 걸까? 허구나 꿈, 순진하다고 여겨야 할까? 서사가 늘 영웅의 일대기 형식이거나 행복한 결말을 보여준다고 할리우드의 영화는 비난을 받는다. <어댑트 어 하이웨이>도 그 흐름에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그렇게 지적하고 싶지 않다. 


중요한 것은 표현이다. 'say'하지 않고 단지 영화는 'show'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한 때 법이 

동일한 사건으로 세 번 적발되면 최고형을 받는 제도가 있었다. 어린 시절 대마초 판매소지로 21년 형을 받은 주인공이 출소한다. 과하다는 지적으로 제도는 사라진 뒤다. 등장인물의 감옥살이가 억울했다거나 고통스러웠다는 그의 감정은 서술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자유가 두려운 표정을 짓고 그로 인해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관객은 단지 그의 행동과 표정, 손짓으로 스스로 감정의 족쇄를 만든다. 그 감동은 자신이 만든 것이기에 배가된다. 


쓰레기 통에서 발견한 아기 '엘라'에 대한 사랑과 연민도 아기에게 노숙인에 별반 다를 바 없는 이가 책을 읽어주거나 목욕을 시켜주는 장면으로 보여진다. 바닷가에서 아기와 보내는 시간, 게다가 카메라는 주인공의 등을 한동안 잡고 페이드 fade 시킨다. 하지만 그 등에는 따스함이 전해온다. 이제 곧 아기와 헤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도. 


남자는 두 번째 기회를 가지게 된다. 아버지가 모아 놓으신 희귀한 우표로 인해서 엄청난 부자가 된다. 그는 

소리 내어 울지도 돈에 기쁨을 웃음소리도 내지 않는다. 작게 그것도 영화가 끝나기 전에 작게 미소 지었을 뿐이다. 


길 잃은 행성은 낡은 나침판으로 방향을 정하여 운행한다. 엘라를 집요하게 입양하려고 하지도 않고 버스에서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눈 여성을 찾아가려는 것도 알 수 없다. 그냥 순간순간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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