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움
2024년 서울에 문을 연 오디움(Audium)은 단순히 소리를 전시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이곳은 지난 1,500년간 소리를 붙잡아두려 했던 인류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자, 누구나 소리를 체험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국내 최대 규모의 소리 전문 박물관입니다.
박물관 내부에서는 1930년대의 희귀 오디오 장비들이 웅장한 실제 사운드로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단종되어 대중에게 공개된 적 없던 이 기기들은 이곳에서 누구나 들어볼 수 있는 ‘살아 있는 유산’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경이로운 연주 현장의 감동을 직접 체험하는 것. “현장에서 듣는 것처럼”이라는 말이 비유가 아닌 실제 감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오디움 곳곳에서 펼쳐집니다.
오디움의 외관 또한 인상적입니다. 비현실적으로 반짝이는 금속 파사드는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을 연상시키며, 보이지 않는 소리가 흔들리며 응집된 형상을 닮았습니다. 비나 바람이 닿으면 금방이라도 음악이 흘러나올 듯, 건축물 그 자체가 ‘소리’를 시각화한 거대한 예술작품입니다.
오디움은 2022년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새롭게 정의한 박물관의 기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ICOM은 박물관을 “유무형의 유산을 연구하고 소통하는 비영리 기관”으로 정의하며, 특히 ‘지속가능성’, ‘다양성’,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조했습니다. 오디움은 이러한 정의를 충실히 구현해 낸 공간입니다. 이곳은 유형의 오디오 기기와 무형의 소리, 그리고 이를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자세로 해석하여 관람객과 소통하는 사람들로 완성됩니다.
무엇보다 오디움은 소리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주목합니다. 과거 훌륭한 공연장의 소리는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문화적 향유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합니다. 오디움은 이 문턱을 낮추려 합니다. 누구나 들어와 소리를 듣고 그 감동을 누릴 때, 비로소 음악은 모두의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철학은 전시 구성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오디움은 관람객의 감각을 깨우고 사유를 자극하는 체험 공간입니다. 단순히 기술적 성과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리가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왔는지를 되짚어보게 합니다. 과거의 장비가 현대의 기술과 만나는 순간, 관람객은 미처 알지 못했던 ‘소리의 역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오디움은 팬데믹 이후 달라진 박물관의 지향점을 보여줍니다. 코로나19는 박물관이 단순한 수장고를 넘어 치유와 소통의 공간이 되어야 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전시실 한편의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오래된 음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기억과 정서, 그리고 잊고 있던 공동체의 감각을 되살리는 매개체입니다.
1987년 브룬트란트 보고서는 지속가능성을 “미래 세대의 가능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라 정의했습니다. 오디움은 이 정신을 소리를 통해 실천합니다. 선조들이 즐기고 기억했던 소리를 보존하여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것입니다.
오디움은 과거를 전시하는 공간이자, 미래를 위한 ‘감각의 도서관’입니다. 박물관을 거닐며 듣는 소리는 내면의 기억과 감정을 흔들고, 함께 걷는 이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바로 그 순간, 오디움은 박물관을 넘어 소리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의 장이 됩니다.
소리의 기록과 감상, 기억, 그리고 공유. 오디움은 이 모든 과정이 모여 하나의 문화로 확장되는, 그 생생한 현장을 전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