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고

예술은 결국 표현이 아닐까

by Divitia J

예술은 표현이 전부다.


소설을 멀리한 지 꽤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그간 특정 작가의 작품에만 탐닉하거나, 편협한 사고에 갇혀 나만의 고집불통적인 세계관 속에 살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오랜만에 집어 든 소설,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을 방금 마지막 책장까지 넘겼다.


이 책이 참 재미있었다. 인간의 삶에 특별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마는, 결국 사람들이 그토록 닳고 닳도록 외치는 '사랑'이 삶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아끼고 돌보는 일. 그것을 '수고'나 '고생'으로 치부해 버리면 어쩔 수 없겠지만, 사랑에는 사실 그 안에 생의 진실이 담겨 있다. 손해 보기 싫어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다는 요즘 세대의 풍조 속에서, 이 소설이 보여주는 사랑의 헌신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수없이 반복된 보편적인 이야기를 비로소 '예술'로 만드는 것은 결국 '표현'의 힘이다. 오스카 와일드 역시 캔버스 위의 작품은 선과 원, 색채라는 '형태' 그 자체임을 잊지 말라고 강조하지 않았던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예술 작품에서 거창한 이야기와 의미를 찾아내길 좋아하지만, 고전으로 남는 것은 결국 표현이 아름다운 작품이다. 같은 재료를 쓰고도 어떤 것은 예술이 되고 어떤 것은 쓰레기가 되는 차이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한때 유행하는 자극적인 소재는 금세 질리기 마련이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다루면서도, 바람처럼 가볍고 싱그러운 감각으로 독자를 휘감는다. 소설 속 시간은 경쾌하게 달려 나가며 점점이 흩어진 이야기의 향연을 꽃피운다. 어느 한 시대에 머물러 고이지 않고, 가뿐하게 훌쩍훌쩍 날아다니는 필치가 일품이다. 클래식의 갤롭이나 론도의 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누구의 삶이 옳았고 누구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을까. 운명이 비극으로 치달았든 행운을 거머쥐었든, 그것을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인생은 결코 내 손안에 쥐여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걷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저 덜 고통받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특히, 나의 그대를 위해 마음 다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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