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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뜻밖의 오토바이 삼자대면

보통 남녀의 365일 세계여행 기록

by 정새롬

#태국 #방콕 #라오스

#비엔티안 #2017년4월4일~5일


태국의 수도 방콕은 대한민국 서울만큼이나 복잡한 도시이다. 숙소에서 15분을 걸어 버스정류장에 가는 동안 엄청난 매연과 교통정체를 온몸으로 체험한 바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한 곳은 아니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구글에서 알려준 버스를 타고 대략 30분을 이동한 뒤 거기서 지상철로 갈아 타 다시 30분을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아속역Asok station 에 도착할 수 있다. 우리가 아속역에 가려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여행을 컨셉으로 한 대형 쇼핑몰인 터미널 21을 구경하는 것과 한 시간에 100밧(약 3,300원)짜리 타이 마사지를 받는 것이었다. 한 시간에 3,300원짜리 마사지라니. 이게 가능하긴 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검색 결과를 믿고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이스탄불 가실 분~ 안 계시면 오라~이>

아속역과 연결되어 있는 대형 쇼핑몰 터미널21은 각 층을 전 세계 나라들로 꾸며 놓고 에스컬레이터로 각 나라를 이동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 상단에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출국 안내 표시가 있다. '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이스탄불로 갈 수 있다' 뭐 이런 셈이다. 층은 지정된 해당 나라의 분위기에 맞는 건축물이나 컬러들로 꾸며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쇼핑몰에 입장하니 1층에서는 덕후들을 위한 덕후들에 의한 덕후들의 월드가 펼쳐져 있었다.

<으어으어가 대사의 100%인 너란 츄이. 귀엽구나.>

뒤늦은 감이 너무나도 있지만 요즘 남편과 폭 빠져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츄이도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찍어보았다. 실제 모습보다 너무 많이 매우 심하게 귀요미화 되어 있어서 더 좋다. 영화 속에서는 털이 엄청나게 떡져 보인다는 점ㅋㅋ 1층 덕후 월드 구경을 마치고 위로 올라가 보니 영국, 이스탄불, 뉴욕, 일본 등 다양한 컨셉의 층들이 이어졌다. 일본층은 유독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구나 생각하던 중 갑자기 등장한 엉덩이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어우야 놀랬잖아. 앞으로 가서 보니 치열한 스모가 한창이었다. 디테일한 살 접힘과 파워풀한 자세들로 생동감이 더해진 조형물은 아주 인상 깊었다.

<파워 뒤태 자랑하는 스모 선수들.>

이 쇼핑몰의 핵심은 사실 여행 컨셉도 디테일한 조형물도 아닌 푸드 코트이다. 엄청나게 다양한 음식들을 엄청나게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 먼저 입구 쪽 카운터에 돈을 내면 해당 금액을 카드에 충전해준다. 그 카드를 가지고 음식 코너에 가면 주문과 계산을 할 수 있다. 이후 남은 잔액은 환불 코너에 가면 모두 돌려준다. 우리도 100밧 충전해서 20밧 남겨왔다. 시스템도 편리한데 음식값도 매우 저렴하고 맛도 고퀄리티. 푸드 코아주 많이 칭찬해!

<출처: 사진 찍어 둔게 없어서 구글지도에서 퍼옴>

배를 채우고 쇼핑몰을 나와 10분 정도를 걸어가니 소문의 100밧 타이 마사지샵이 나타났다. 들어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마사지를 즐기고 있었다.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흔쾌히 알겠다고 하고 대기석에 앉아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때 내 옆에 앉은 중국 여자분이 말을 걸어왔다. 영어가 굉장히 유창했던 그녀는 배우라고 해도 믿을 만큼 오목조목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로망인 짧은 숏커트가 유독 잘 어울렸다. 덕분에 대기시간은 수다시간이 되었고, 지루하지 않게 잘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온 마사지 타임! 남편은 생애 첫 번째 마사지라 굉장히 긴장이 된다고 했다. 받고 난 결과 나는 '매우 시원' 남편은 '아리까리'. 사실 남편을 담당한 안마사님이 체구도 작으시고 힘도 없으셨는지 시원한 느낌이 없었다고 했다. 반면 나의 안마사님은 아플 정도로 꾹꾹 눌러주셨다. 그리고 정말 100밧이었다. 우리는 안마사님들께 20밧씩 팁을 드려 총 140밧을 냈다. 혹시나 방콕 아속역 터미널21에서 쇼핑하고 피곤하다 싶으신 분들은 '토니 마사지 Tony masage' 가보시길 추천한다.

<공무원 아재와 길 잃은 어린양들>

마사지를 받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글을 쓰다 보니 시간이 어느덧 6시가 다되어갔다. 저녁을 챙겨 먹고 버스를 검색했다. 왔을 때와는 다르게 버스+버스로 가면 덜 걸어도 될 것 같아서 그렇게 가보기로 했다. 첫 번째 버스는 문제없이 탑승. 여기는 버스에 타면 안내원이 다가와 어디까지 가는지를 묻고 그에 맞는 요금을 알려준다. 돈을 내면 영수증을 끊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가고 싶은 역에 그 버스가 가는지도 자동으로 확인을 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 에어컨이 추울 정도로 빵빵한 버스 안에서 내릴 곳에 가까워지기를 기다리는데 안내원이 손짓을 한다. 지도를 보니 얼추 맞게 온 것 같아 내렸다. 이제 버스를 갈아타고 집 앞에서 내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 버스는 영영 만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엉엉. 아마도 국왕이 서거하여 온 국민이 추모를 하는 기간인데, 그 공식 추모관이 우리가 버스를 갈아타는 곳 근처여서 차량통제가 있었던 것 같다. 여하튼 구글이 알려준 대로 해당 번호 버스에 올라 안내원에게 갈 곳이 적힌 화면을 보여주었는디 어딘지 모르거나 안 간다는 말만 되돌아 왔다.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1시간 정도를 헤맨 것 같다. 갑자기 내 친구 미란이를 닮은 젊은 여성분이 어리바리하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와 어딜 가냐고 물었다. 나는 최대한 간절한 표정으로 설명을 했다. 그러자 그 여성분은 주변 공무원들에게 우리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이런저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오가더니 공무원 아저씨가 우리를 오토바이로 숙소까지 데려다준다고 했다. 공짜라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여 주었다. 낯선 땅에서 만난 미란이(를 닮은 여성분)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그리고 공무원 아재의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셋이 사이좋게 나눠 탄 오토바이는 꽉 막힌 방콕의 도로를 자유자재로 누볐다. 교통체증이 뭐야? 그냥 차 사이로 막가. 놀랍게도 버스로 30분 걸릴 거리를 단 10분 만에 주파했다. 가는 내내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계속 웃었다. 내려서도 코쿤카x100만 번을 반복하며 그 와중에 셀카도 같이 찍었다. 착한 사람들 덕분에 여행이 한 층 더 재미있어진다.

<초록초록 노랑노랑한 비엔티엔 숙소.>

격정의 오토바이 라이딩이 끝난 다음 날 우리는 아침 일찍 방콕 돈므앙 공항으로 향했다. 라오스 비엔티안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함이다. 오랜만에 비행기로 이동을 하니 너무 좋았다. 탑승 시간은 단 50분. 갑자기 뜬 에어아시아 할인 항공권 덕분이다. 라오스 공항에 가뿐하게 도착을 해 유심 구매와 환전을 클리어하고 가격이 7달러로 담합되어 있는 공식 택시를 탄 뒤 도심으로 이동했다. 숙소는 조그마한 방에 공용 욕실을 사용하는 호스텔 같은 호텔. 온통 연두색으로 칠해진 공간이 예뻐서 사진으로 담아 두었다.

<전쟁통 같은 밤 시장통>

별것 없어 보였던 비엔티안은 밤이 되자 180도 모습을 바꾸었다. 매일 밤 열리는 나이트마켓은 정말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저렴하다. 티나 반바지 같은 옷은 보통 1만낍(약1,400원)부터 시작한다. 원피스는 2만5천낍(약3,500원)이면 살 수 있다. 파격 파격 초 파격가이다. 그렇지만 옷의 질은 보장할 수 없다. 그 밖에도 신발이며 디지털 용품 등 없는 게 없는 만물 시장이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신문지 가방. 리사이클계의 혁명인 것인가. 사람들은 신문지 가방을 2000낍(약280원)에 사갔다. 사간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재미있어서도 그렇겠지만 뭔가 스타일리시한 소품이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뉴욕 패션쇼에서 어떤 디자이너가 가져다 쓰면 몇 천만 원에도 팔리겠지 아마. 참 패션이란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신문지의 신분 상승 현장>

정신없는 마켓을 빠져나와 거리에 늘어선 포장마차 같은 식당에 앉았다. 남편은 우리나라 닭칼국수 비슷한 까오삐악을 시켰다. 면발이 아주 쫄깃하니 맛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꽃청춘 나피디와 스태프들이 라오스 촬영 때 3일간 해장을 위해 먹었던 음식이란다. 어쩐지 국물이 예사롭지 않더라. 남편이 맛있게 까오삐악을 원샷(?)할 동안 나는 근처에서 수박 주스를 사다 마셨다. 이여. 시원하고 달콤하니 맛이 진짜 수박 수박 했다.

<국물이 끝내주는 까오삐악 한 사발과 수박 주스.>

늘 남편의 사진을 찍고 보면 머리 뒤에 해나 조명이 있다. 그래서 이마에서 일출이나 일몰이 보인다. 이보시오, 정말 미안하오(꾸벅). 야시장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우리는 오늘도 이른 잠자리에 든다. 왜? 이제 설명도 귀찮은 이동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꽃청춘들이 갔다던 방비엥이 목적지다. 미니밴을 타고 한 5시간만 가면 된다. 훗, 이 정도는 껌이다. 가면 카약도 타고 튜빙도 하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드디어 액티비티다. 지금까지 EBS 교육방송 같은 여행을 했다면 이제는 정말 TVN 꽃청춘 같은 여행의 시작인 것이다. 아직 나는 비교적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지만 곧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살이 까매지는 것이 참 싫지만 이번에는 그 날을 기다린다. 처음 해보는 것 투성이인 내 모습들을, 기다림마저 설레는 그 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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