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진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이은영 Feb 20. 2023

공간이 나에게 주는 영감

좋은 공간을 보면, 

이 공간에 누굴 불러 어떤 시간을 가져볼까 상상하게 된다. 


사회생활 초기에 주로 '대화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하였는데, 

하필 내가 일했던 그 기관은 '대화'에 대한 농도 짙은 철학과 방법론을 보유한 곳이었다. 

원장님은 꼼꼼 대마왕이었고, 나의 꼼꼼 잠재력을 현실로 구현해 주시는 데에 큰 도움을 주시었다. 

난 그래서 아직까지도, 어딘가 프로그램 참가자로 갈 때 구석구석 확인하는 습관이 있고, 

진행 시 미흡한 점이 눈에 띄어 혼자 불편해하곤 한다. 

그러나, 스탭 입장에 많이 가있다 보니 비판을 실행하지 않고 안타까운 마음을 품고, 좋은 점을 격려하는 것에만 머무른다. 

또한, 화려하고 보기 좋은 구현 결과일수록, 뒤에서 뺑이치는 스탭이 많이 마련이다. 그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며 안쓰럽기만 하고 구현된 결과물을 잘 즐기지를 못한다. 

반대로 준비가 너무 잘된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면, 아마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많은 감동을 느끼는 '나'일 것이라 생각한다. 


첫 직장에서 대화모임을 하나 기획하려면,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구성을 일일이 살피는 것은 물론, 발제자에 대한 선정에 굉장히 공을 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마더레이터(moderator, 사회자이자 중재자)의 선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귀중한 분들을 모시고 그들의 고견을 끌어내고 풍성한 대화 내용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마더레이터'의 균형감각과 조율 능력은 좋은 대화를 위한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들의 발언은 모두 녹취록으로 저장되고, 발언자들에게 보내어 수정사항을 받아 에디팅 하고, 책자로 펴내는 작업을 지속하였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이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었기에, 이 내용을 토대로 좋은 방향의 여론이 형성되고, 더 나아가 정책 입안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갔던 것이다. 


대화 한 번에 대한 중요성을 아주 무겁게 느끼는 기관이기에, 공간의 조성, 즉, 좌석 대형, 특정인의 좌석 지정, 음악, 음식 등에 대해서도 많은 신경을 썼다. 더욱 편안한 분위기에서 그만큼 진솔하고 풍부한 내용이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공간을 보면, 이 공간에서 어떤 내용으로 누구와 무엇을 하였을 때 어떤 행복감을 가져갈 수 있을까 상상하게 된다. 어디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어떻게 좌석을 배치하여 진행할까, 동선을 어떻게 잡을까 하는 것들 말이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카페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실현) 욕구와 욕망에 대해 부끄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자신 있게 speak out 하는 분위기까지 escalation하는 이야기 모임, 노래를 곁들인 모임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공간감,, 음향,,, 다 괜찮은데? (베시시...)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말 대잔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