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를 만나고 오며 우리 딸이 말했다. 그런 친구로 거기 있어 주어서 엄마인 나도 그 친구에게 정말 고마웠다. 딸은 보통 다소 격한 표현으로 좋음과 싫음을 나타내는데, 이 친구에 대해 한마디 잔잔하게 내뱉는 그 느낌이 감동을 주었다. '무언가'를 느낀 것 같았기 때문이다.
1학년 때 매일 등교를 같이 했던 친구 승민이. 학교라는 사회로 처음 나아가는 우리 딸 옆에서 같이 걸어 학교에 갔던 승민이에게 고마웠었다. '이 아이는 어쩐지 보호해주어야 할 것 같다.'라고 우리 딸은 말했다. 등굣길이 우리 집 베란다에서 보였는데, 이 둘은 만나자마자 웃으며 우리 딸은 바로 승민이의 가방 손잡이를 잡고 끌다시피 해서 등교를 하는 모습이었다. 어쩐지 아이 둘만의 우정의 색깔이 생긴 것 같아서 흐뭇하기도 했다.
2학년 2학기가 되어 전학을 한 후에도 가끔씩 문자를 주고받았다. 싱거운 농담이나 웃긴 이모티콘이나 사진을 승민이가 보내면 별말 아니어도 순하게 둘이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재인 아빠가 이 둘을 데리고 놀이동산에 데리고 간 적도 있는데, 승민이는 그때 처음으로 놀이공원에 간 것이었다. 아래로 어린 두 남동생이 있기 때문에 같이 갈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가 2년 전인데, 얼마 전에야 안 사실이다. 그날 재인이의 과감함에 맞추어주며 롤러코스터를 열 번이나 탔던 승민이는 그날 밤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한다. 눈만 감으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 어질디 어진 아이가 재인이 취향에 맞춰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며, 반은 재미있는 척을 하며 타준 것이었구나 생각하니 어찌나 마음이 찡하던지. 남자의 자존심으로 끝까지 따라 탄 것도 있었겠지 아마?
승민이는 아주 늠름하게 자라 이번에 부회장이 되었고, 화이트 데이라고 의리 있게 재인에게 줄 초콜릿을 준비했다고 했다. '오오~~~~' 나는 너무 감동했다. 승민 엄마와 이야기 나눈 끝에 승민이네에서 만나기로 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방문하여 같이 밥도 먹고 시간을 보내다 왔다.
"승민아, 거의 2년 만에 재인이 만났는데 기분이 어때?"
"네~! 좋아요~!"
어쩜 그리 순수하게 자신의 예쁜 감정을 예쁘게 표현하는지. 절로 함박미소가 지어졌다. 키도 몸집도 커졌지만 귀여운 그 얼굴은 그대로였고, 속과 겉이 같게 투명하게 비치는 토마토처럼, 그렇게 그대로인 것도 있었다.
아! 승민이와의 좋은 추억은 또 하나 있다. 우리 딸 재인이 1학년 때 첫 뮤지컬 공연을 할 때 승민이를 초대하였다. 승민이 집 앞으로 승민이를 데리러 갔더니, <꽃을 든 남자>가 서있는 것이 아닌가. 수줍으나 즐겁고 기대하고 있는 듯한 그 표정으로 꽃다발을 들고 있었는데 너무 사랑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우리 딸이 사춘기가 되고 남자아이를 앞에 두고 좋다는 말 자체를 꺼내기를 내켜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지만, 그래도 승민이에 대해서 편안하고 좋은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둘이 너무 예뻤다.
"재인이 좀 더 있다 가면 안 돼요?" 하는 승민이의 말에 애틋함이 살짝 느껴지며, 이렇게 좋은 친구가 우리 딸에게 있어 참 좋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엄마, 승민이 참 좋은 친구 같아." 오늘 날씨처럼 우리 딸 대사가 아주 따스하게 엄마를 감싸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