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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은영 Jan 25. 2023

아무말 대잔치

지금의 내 상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 삶의 현재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있었던 때가 없긴 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 쪼임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점에서 좀 다른 느낌이다. 


이 글을 쓰는 중에, 용변을 본 우리 집 고양이 하니가 "나 쌌어요. 치워주세요." 하듯 소리를 내는 것에 짜증이 난다는 것은 분명히 밝힐 수가 있다. 최근 심한 요통이 다시금 온 것에 내 인생에 이렇게 겐세이가 오는 것에 화가 났다. 체중이 느는 것이 싫어 지난 2년 여 꾸준히 걷기를 한 것이 몸에 배어 지금은 무념무상으로 걸으러 나가게 되었는데, 몸에 밴 이 좋은 습관이란 것이 매우 유용하고 고마운 것임을 깨닫고 있다. 이래서 예로부터 좋은 습관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나 읊어댔던 것이다. 


'힘들다.' 또는 '우울하다.' 등의 단언도 되지 않는다. 어떤 좋지 않은 감정에 빠져 '머무르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두렵다고 해야 할까? 좀 멋지게, 폼나게 내 재능을 발휘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는 것은 맞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것 같은 이 힘 빠짐은 또 왜 이러는 것인지, 딱히 강렬한 부러움의 대상이 없고, 시기와 질투도 그리 강렬하게 일어나지 않고, 선망의 대상도 딱히 없어 롤모델링 할 수도 없다. 목표로 삼고 내리 달릴 거리가 없다. 


지금 준비하는 사업이 아주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리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조금씩인데, 어쨌든, 이 방향으로 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사회적, 경제적 효과 다 따져봤을 때는 회의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멋에 취해 밀어붙일 법도 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럴 만큼 막 즐겁고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자아도취감을 주는 것도 아닌 듯하다. 


나는 무엇을 붙잡고 가야 하는가? 


일찌감치 다시는 직장에 취직하여 일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었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직장생활을 쫑 내고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면서 임신이 되었다. 임신 기간 중에는 예전 첫 직장과 운 좋게 연결되어 직장생활을 하다, 출산과 육아를 거치는 기간에 사업 준비만을 생각했고, 그 어려운 사업 준비는 현실적인 제약과 나의 약한 의지력으로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고 긴 시간이 흘렀다. 그냥, 어디엔가 들어가서 돈벌이 좀 하는 것에 만족하는 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취직한 나를 상상하며 그 조직의 이런저런 꼴을 볼 상상을 하면 넌덜머리가 나고 '싫어 싫어'라는 감정이 올라오면서 '절대 취직은 안 해!'로 결론은 나게 된다. 


나에 대해 파고들수록 점점 나를 모르겠다. '나다움'이란 말이 얼마나 모호한 말인가 계속 깨닫는다. '나다움'도 내가 무엇으로 '나다움'을 만들어갈 것인지 '의지'로 '선택'함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내 속에 나다운 무수히 많은 요소들이 있는데 그것을 모두 사회적으로 연결시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은 내 인생에 없었던 일이었고 앞으로도 없을 일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실마리를 주며, 어느 정도의 허영심을 채워주는 의미 있는 작업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 공감하여 주는 것이 썩 괜찮은 흐뭇함을 준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모 회사에서 '원고 청탁'을 해온 일이 있다. 써서 냈고, 최종 게재 확정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원고료도 나쁘지 않아서 약간 들뜸이 왔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쭉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도 썩 내키지는 않는다. 고객에 맞추어 글을 쓴다는 것은 역시 어떤 억압이 느껴져서 좋지 않다. 


최근 또 어딘가에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정말 진심으로 좋은 일이다. 글을 흥미롭게 써내어 독자들을 만족시키고 싶은데 이렇게 어둡고 무거워져 있는 내가 어떻게 글을 써내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이렇게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더 낫기 때문에 하게 되는 것이다. 분명 마음속 일렁임, '동기'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들 시끌벅적하게 살고 있다. 그것도 정신없기만 하고 피곤하게 한다. 단편만을 보여주는 무수히 많은 포스팅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소통의 의미는 퇴색된 채, 일방향의 무수히 많은 자극들, '메시지'가 되지 못하는 자극 수준의 것들이 많다. 


무엇을 잡고 가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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