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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은영 Jun 05. 2023

작은 기적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런 '기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잠시도 아이로부터 눈을 뗄 수 없이 조심스럽게 키우던 짧지 않은 시간을 지나, 이제는 아이는 친구들과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알아서 논다. 최소한 네 다섯 시간은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고(사실은 문자로 이따금씩 상황과 현재 장소를 확인하니 완전한 해방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자유로움을 누린다. 


그 시간동안 엄빠는 이렇게 둘이 산책을 하고, 산책을 하다 일식 주점에 들어가 하이볼 한 잔을 하고 있는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이야기했다. 

그래,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 오늘인 것이다. 

참치 회 몇 점이 당겨 들어와, 짭짤한 민물새우튀김까지 먹었다. 그러다 술이 한 잔 들어가니 또 한 잔 먹고 싶어 술을 추가하고 '시사모 구이'를 주문했다. 하나같이 왜 그리 맛이 있던지. 깨작거리며 먹는 메뉴라 배에 부담이 가지 않아 아주 적당했다. 

비록 알코올이 두통을 일으켜 그 이후에는 좀 힘들었지만, 남편과 맛있는 안주와 술을 먹은 그 한 시간 삼십 분 동안 참으로 좋았다. 

그 시간 덕분에, 그 시간의 '시사모 구이'는 엄마와 보냈던 그리운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 엄마가 한창 일구던 밭에서 그릴에 숯을 지펴, 바비큐도 해먹고, 별미로 시사모 구이도 해먹었다. 그때의 시사모 구이만큼 맛있는 시사모를 먹어본 적이 그 이후에 없었다. 줄곧 없었다. '너무 그립다...' 


엄마에 대한 글을, 그 사람에 대한 기억과 그 사람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모조리 기록한 글을 써보아야겠다는 결심을 다시금 하기도 했다. 


이렇게 나에게 고마운 시간이 주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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