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진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이은영 Jun 07. 2023

비뚤어질 테다

제목을 먼저 써놓고 보니 "푸하하하" 웃음이 난다. 유치한 한 마디이지만 그래도 솔직한 마음이기도 하다. 

'비뚤어져 봤자 또 얼마나 비뚤어지겠냐?'

사진: Unsplash의Jakob Owens

능동적인 제안을 타이밍 다소 빠르게 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 제안을 받는 상대가 누구인지, 그 상대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파악이 된 다음에는 조절하는 것이 옳다. 내가 생각하는 그 타이밍에 그 제안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나지 않는다. 그냥 타인의 리듬으로 흘러가게 놔두는 것이 옳다. 


내 속에 쌓이는 앙금이 커지는 만큼 그것을 털어놓자니 오버하는 것 같고, 안 하면 그 앙금은 점점 더욱 커지게 된다. 커지면 내 마음은 그만큼 더 상해 간다. 그러면 부작용이 생긴다. 상대에게 예쁜 말투가 안 나가고,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중립적인 성격의 것도 나에겐 기분 상하는 일로 다가올 수 있다. 


앙금을 털어놓는 게 여전히 싫다면, 마음을 접는 게 옳다. 그게 나를 보호하는 길이다. 상대도 그것을 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힘들긴 하다. 뻔히 '저거 지금 해야 하는데 아무도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네.' 


내 관점에서 '해야 하는 것'이 안되고 있는 것을, 내 관점에서 '방치하고 있는 것'은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 수 없다. 어쩐지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은 기분,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솔선수범한다고 해서 늘 호응을 받고 내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진작부터 안다. 그냥 내가 생겨먹은 대로 계속 살고 있는 거다. 독선도 오만도 아니다. 그냥 생겨먹은 게 그런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기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