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찌하여 이리도 피곤하단 말인가.
원인이랄 것이 딱히 없는데, 눈이 뻐근하고 피곤이 머리끝에서부터 쏟아져 내려오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신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내가 하려는 일감, 그 밖의 것들을 쉽게 놓게 된다.
이토록 나의 일이 가벼운 것이었나. 그렇게도 의미를 긁어모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함에도, 이를 무색하게 하는 요인들이 수시로 침범한다. 또는 요인이 될 것도 아닌 것을 요인이라 결정해버린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 값진 약속이 있음에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2008년에서 2011년까지 다녔던 직장에서 사귄 친구들은 '절친'이 되어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만나오고 있다. 최근엔 주 1회 만나 프로젝트 시간을 갖고 있다. 공동의 프로젝트를 위한 시간은 아니고 각자의 일감을 가지고 모여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각자의 일을 하는 시간이다. 각자의 일감을 공유하고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는 이야기, 빡친 이야기도 나눈다. 지지와 응원을 주고받는 덕분에 또 당분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렇게 사람을 만나서 각기 다른 파장의 에너지를 얻으며 살아가는 것 같다. 사람을 만나 사랑을 받기도, 행복을 느끼기도 하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엔 도움을 주면서 힘을 얻는다. 내 몸, 내 마음 구석구석을 다양한 에너지파로 관리받는 느낌이랄까.
계산된 것이 아니라 그간 쌓아온 인연의 내용 속에서 주어지는 흐름에 나를 맡기게 되면, 그리고 내가 순간순간 성의를 다할 때 예기치 않은 도움을 받곤 한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더욱 감사함을 느낀 인연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