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어떻게 목소리를 내는지, 그 과정을 흥미롭게 그리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무려 9년 만에 나온 후속 편은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내면에 대해 핵심을 빠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3편의 이야기를 상상해 봅니다.
혹시라도 영화 <인사이드 아웃> 1편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 영화는 인간의 감정이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라일리'의 에피소드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을 조명하지요.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도 미처 몰랐던 감정의 비밀을 알았다며 큰 호응을 보냈고, 2015~2016년 간 여러 어워즈에서 수상했던 영화입니다.
후속 편이 나오기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요? 하지만 기다림이 길었기 때문인지 반응이 기록적입니다. 6월 12일, 9년 만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는 개봉 첫 주말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1편보다 빠른 속도로 관객수가 늘고 있다고요.
2편의 주된 내용은 13살이 된 라일리에게 사춘기가 찾아오며, 낯선 감정인 불안, 따분, 당황, 부럽이 등장하고 기존 감정들과 충돌하는 이야기이지요. 특히 '불안'의 역할을 비중 높게 보여 줍니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는 불안.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완벽한 준비를 한다는 면에서 불안은 꽤나 훌륭한 감정입니다. 하지만 다른 감정들과의 조화를 잃은 채 독단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면, 불안은 '나는 왜 이 모양이야!'라는 잘못된 자아상을 만들어 버립니다.
2편의 인기가 폭발적인 이유는, 어쩌면 불안이라는 감정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지배적인 감정이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자행되는 수많은 비교와 경쟁 속에서, '불안' 다시 말해 '완벽한 준비'는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자질로 여겨지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이 영화 속 '불안이'의 행태를 보면서, 내 모습 같다고 말하는 후기를 쉽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인사이드 아웃 2>를 통해, 인간이 자라면서 형성되는 '자아'는 기쁨이 와 같은 긍정 요소뿐 아니라 슬픔, 불안, 버럭 등 다양한 감정이 모여서 조화를 이룰 때 고유한 정체성이 완성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영화는 충분히 흥미롭고 훌륭했지만, 저의 까칠이가 발동한 걸까요? 영화 속에서 말하는 자아는 결국 '에고'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에고가 자신이라고 여기면서 살아가다가, 또 한 차례 내적 성장을 겪지요.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나'는 결국 자라면서 처한 환경과 그로 인한 경험, 관계들을 통해 형성된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요.
만약 <인사이드 아웃 3>이 개봉한다면, 어른이 된 라일리가 또 한 차례 내적 혼란을 겪으며 결국 발견하게 되는 '참자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껏 쌓인 관념과 착각들을 알아차리고, 감정들의 소용돌이에 휘둘리지 않으며, 감정들의 난을 한 방에 제압하고 옳은 감정을 사용하도록 진두지휘하는 완전한 존재. 그러한 '참자아'를 만남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성인이 되는 깨달음의 과정이 소개된다면 참 좋겠다는 기대를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