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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이 Jul 03. 2024

마음의 정원

<엄마, 단 둘이 여행 갈래?>를 보며, 마음의 치유에 대한 단상. 

우리는 매일 크고 작게 마음의 상처를 입으며 살아가지요. 

아이들과 지내다 별 의미 없이 이름 대신에 ‘야’라고 말하거나, 이름에 성까지 붙여서 칭하면, “엄마 왜 그렇게 불러?”라고 불편함을 내색합니다. 이렇게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아이들이, 아니, 원래 인간은 참으로 섬세한 존재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그 정도쯤이야’ ‘다들 그렇지’ ‘그게 당연하지’ ‘어쩔 수 없지’라는 식으로 순간의 불편함을 넘어가고 점차 무디어 가지요. 때로는 심각한 마상을 입기도 하고 치유하지 못한 채 상처의 골짜기를 깊이 파 내려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서 마음의 정원은 각기 다른 생태계를 조성하며, 마상을 쉽게 입는 뾰족한 사람이 되거나, 웬만한 일에 전혀 개의치 않는 폭신한 사람이 됩니다. 


당신은 어떤 마음의 정원을 지니고 있나요? 풍요로운 생태계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나요, 가시 돋은 선인장을 키우며 들키지 않으려는 방어심에 웅크리고 살아가나요?


최근 JTBC 방송 중에 <엄마, 단 둘이 여행 갈래?>라는 프로그램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지난 과거의 상처를 묻어두려고 하는 엄마의 회피심은 안타까웠고, 상처를 기어이 꺼내어 직시하고 흘려보내려 하는 이효리의 용기는 귀감이 되었지요. 영상 댓글에도 함께 울고 치유받았다는 공감의 목소리로 가득했습니다.  


만약 현재 내 마음의 정원에 상처의 골짜기 혹은 가시 투성이 선인장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면, 이를 메꾸거나 베어버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 정원에 이러한 상처의 부산물이 존재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더라도 꺼내기 싫은 기억은 묻어두고 사는 게 편하다고 말하지요. 어떤 지인은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거부하더군요. 아픈 이야기를 굳이 복기해야 하는 게 괴롭다면서요


상처를 치유함에 있어 가장 빠른 방법은 이효리 씨처럼 용기 내어 마주하고 흘려보내는 겁니다. 

하지만 타인에게 폐부를 꺼내 보이기 싫다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정화 작업도 가능합니다. 꾸준한 화두 명상을 통해, 내 마음의 상처 부산물이 언제부터 생겼고, 어떻게 키워져 왔는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거죠.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의 어떤 행동 때문에 내가 힘들었고, 그래서 내가 어떤 감정을 주로 느꼈으며, 그 감정은 내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바라봅니다. 


나아가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의 입장도 거리를 두고 바라봅니다. 그가 나에게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헤아려질 수도 있고, 아무리 해도 납득이 안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결국엔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 내가 그의 행동을 납득해야 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될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때 그런 일을 겪었다는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며,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을 투명하게 바라본 이상, 앞으로의 나는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 일이니까요.  


이효리 씨가 오징어 국을 마시며 한바탕 눈물을 흘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징어 국에 뭐 탔어? 전에는 짜증 나던 엄마의 모습이 이제는 하나도 짜증이 안나. 웃겨.” 


이렇게 내 상처가 치유되면 세상이 달라 보이는 법이지요.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내 마음의 정원을 살펴보고 가꾸어 나가는 게 유일한 희망일 겁니다. 

그러면 조금씩 희망의 태양이 세상을 밝게 비춰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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