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탈출

안부는 이렇게

by 새비

한참 전에 이끌던 소모임에 예쁜 딸을 둔 젊은 엄마가 조인해서 몇 해를 함께 보냈다. 내 학번과 동일한 해에 태어난 엄마. 그러니 나와는 거의 20년 차이인 젊은 엄마인데, 그 밝고 건강한 에너지 덕분에 생기가 돌던 모임이 되어 참 고마웠었다. 미국에서의 몇 년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지 몇 해가 지나서 갑자기 카톡이 왔다. 너무 오랜만이라며, 더 시간 지나면 더 연락하기 어색할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안부 전한다며, 마지막에 "보험 아님, 돈 빌려주세요 아님, 부탁 없음"을 덧붙였다.


연락하기에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려 어색해진 간격을 저렇게 유쾌한 말로 잇는 젊은 엄마의 위트와 재치에 함께 키득키득 웃었다. 나 또한 문득문득 생각나는 인연들이 있어도 쑥스러워 넘어가는 때가 많은데, 민망함을 저리 재밌게 표현하며 연락하는 그 따뜻한 마음과 산뜻한 재치가 고맙고도 놀랍고 부러웠다.


12월부터 말도 안 되는 계엄으로 어려워진 나라를 지키겠다고

젊은 마음들이 들고 나온 "응원봉"을 보고 어찌나 신선하던지.

각종 연대의 깃발은 또 얼마나 기발하던지.


바른말은 각 잡고 해야 하는 줄 아는 꼰대 세대인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저 유쾌 경쾌한 산뜻함.

가르치려는 오만의 자세 대신 밝고 따뜻한 웃음.

옳고 좋은 일을 즐겁고 담백하게 하는 마음.


이쁜 그이가 가르쳐준 대로,

나도 한참 연락 못한 고마운 친구와 지인들에게 연락해야겠다.

쑥스러움과 민망함의 핑계는 묻어두고,

"보험 아님, 돈 빌려주세요 아님, 부탁 없음"을 빌려서

유쾌하고도 따뜻한 안부를 전해야겠다.


#죽을_때까지_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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