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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에 Jun 23. 2020

오만과 편견이 함께하는 스타트 라인

나의 실수에는 관대하지만, 타인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 사람


세월이 알려주는 나의 나이는 올해 6학년에 들었다. 테니스 입문은 5학년 중반을 지난 시점, 와이프가 새벽 테니스 레슨에 강제 등록시킨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테니스를 잘 모르는 지인들은 나를 보며 걱정스러워한다. 꽤 힘들 것 같은 운동을 한다고 그러며 한편으론 고급(?) 스포츠를 즐긴다고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나름 힘들지 않다고, 또 함께 즐기는 분들 중에는 올해 7학년인 분들이 있다고. 앞으로 10년은 건강 챙기며 할 만한 스포츠라며 반 자랑이 섞인 이야기를 엮어 낸다.

이렇게 시작된 테니스라는 스포츠와 나의 인연은 애증의 관계가 되었다. 과거,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가족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걷기 운동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선 길에서 넘겨다 본 테니스장은 멋진 삶의 공간이었다. 늦은 저녁시간에 겨우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밝은 조명을 켜놓고 제대로의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보통의 테니스회는 거주지 주변에 마련된 테니스코트를 중심으로 동호회를 조직하고, 함께 취미 생활을 한다. 코트당 30여 명 남짓한 회원들로 구성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합체이다 보니 크고 작은 이슈가 늘 함께 한다.

코트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군상들의 삶의 모습을 옮겨보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쓸 용기를 내어 본다.

무작정 테니스가 하고 싶다고 동호회 가입을 신청하면 퇴짜 맞기 십상이다.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4명이 함께 하는 복식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함께 운동하는 분들에 대한 세심한 심리적 배려가 필요하다.

6개월 남짓, 새벽 레슨을 받고 난 후에 처음 들어선 게임에서 나는 멘붕의 연속이었다. 아침마다 레슨코치가 던져주던 공은 그런대로 잘 치는 듯했지만, 게임에서 상대편이 친 볼에 대해선 그냥 허둥대기만 할 뿐, 제대로 받아치지도 못했다. 몸은 날아오는 공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가 보지만, 공은 언제나 나를 외면했다.
몸소 겪어본 후에야 실감하게 된 사실이지만, 레슨코치는 내가 잘 칠 수 있도록 공을 넘겨주지만, 게임에서의 상대편은 내가 공을 칠 수 없도록 넘겨 보낸다는 것이다. 이렇듯 초보자인 나는 첫 경기를 하는 내내 “쏘리(파트너에게)”, “바보(나에게)”라는 단어를 나도 모르게 쏟아 내었다.

시간이 지나며, 점차 실력이 향상되어가긴 했지만, 초기에 6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의 레슨을 호기롭게 그만두고는  주말에나 시간 내어 2~3게임하는 정도로는 3년이나 지났으나 아직 중하위그룹에 있다. 함께하는 분들의 테니스 경력은 적게는 10년, 많게는 30여 년을 꾸준하게 운동한 분들이다. 이들과 비할바는 아니지 않은가? 라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고수는 상대방의 볼치는 습관과 약점을 금방 간파하고 게임에 활용한다. 반면, 초보자는 마음만 바쁘고, 몸은 따라주지 않으니, 파트너가 나의 안타까운 심정을 이해주 었으면 하는 바램을 늘 갖는다. 내 경우엔,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점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동호회에 가입해서 동병상련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라도 있었다. 그리고 초보자인 나의 심정을 그나마 이해해주었던 회원들이 있었기에 오늘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이런 동호회 집단에서는 실력이 개인이 가진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는 듯하다. 테니스라는 운동을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일견 이해되기도 하지만, 과한 욕심을 부리는 분들로 인해 심리적 타격을 입는 경우도 있다. 하수 시절을 보내며, 동호회라는 사회 집단내에서 보통의 직장 또는 사업관계에서 겪게 되는 인간관계와는 다른 세상을 몸소 겪게 될 줄이야...

“나의 실수에는 관대하지만, 파트너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 사람”

현대 테니스의 유래를 찾아보면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라켓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발전되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2세기 프랑스 성직자, 귀족들 사이에서 유희로 장갑 낀 손으로 공을 주고받는 방식에서 시작되었다고 도 한다.
영국 런던 윔블던에서 매년 6월 말~7월 초(2주간) 열리는 세계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중 하나인 윔블던선수권대회를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서 보면, 한낮의 더운 햇볕 아래 정장 차림으로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보인다. 선수들에게도 엄격한 복장 규정이 있다.

내가 다니는 테니스 코트장에도 회원들이 준수해야 하는 여러 가지 매너 준칙이 있다.
그중 하나가 “함께 운동하는 파트너에 대한 배려” 다. 하지만, 현실은 “오만과 편견”이 애증을 일으킨다.

“테니스라는 운동을 통해서 타인의 사람됨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순간, 나는 비평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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