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뭔가요?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취미가 무엇인가요?”
직장에서 새 사람을 구하기 위한 면접 장면에서나, 또는 새로운 고객을 만나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상황에서 묻곤 하는 질문이다.
테니스라는 스포츠 활동을 하기 전까지, 나의 경우는 ‘골프, 등산, 자전거...’ 이런 정도가 나름의 모범 답안이었다. 그러나 골프는 비즈니스 목적이 더 강했고, 등산이나 자전거는 직장 내 동호회 참여 활동이라서 취미라기보다 동료들과의 친교에 방점이 있는 셈이었다.
직장이라는 시공간을 벗어나, 오롯이 나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여가시간의 취미 활동은 없었다. 사실 지난 시절, 여가시간 활동에 가장 많은 비중은 ‘TV 시청과 이어지는 동네 한 바퀴 걷기’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취미활동이 어떤 목적을 지니고 상당히 가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숙면을 취하거나 술자리에서 상사를 안주삼아 하는 뒷담화도 괜찮다.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매일매일의 이슈에 대해서 일희일비하다 보면, 방향을 잃어버리기 쉽다. 술자리나 면담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비전 펀드 ‘손정의 회장’의 이야기를 가끔 한다.
“배를 타고 가며 바로 앞을 보면 멀미가 나지만, 몇 백 킬로미터 앞을 내다보면 바다는 잔잔하고 뱃속도 편해진다.”
내 나름의 자기 최면이기도 하다.
큰 그림을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자. 그리고 동료들이 나의 뜻을 이해하도록 계속 설득하며, 함께 가자 하자.
능동적이고 슬기로운 여가시간을 가진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을 비교해 보면, 나의 경우엔 차이가 있다. 그렇지 못한 날에는 ‘바로 눈 앞에서 일렁이는 파도에 사로잡힌 나’를 발견하곤 한다.
각자 스포츠 활동을 하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테니스라는 운동을 접한 이후로는 속으로만 삭이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검진표상의 질문서 (당신은 일주일에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몇 시간이나 합니까?) 에도 고민할 필요가 없기를 기대했고, 그 기대는 현재까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생각한다.
등 떠밀어서 테니스를 시작하도록 만든 와이프에게 진심 감사한다. 그간의 테니스 여정에 기복이 없지 않았고, 또 제대로 즐기기에 아직 갈길이 멀게는 느껴지지만.
최근에는 한 가지 덧 붙일 수 있는 여가시간 활용법을 발견한 듯하다.
‘테니스와 함께하는 삶 이야기’이라는 글을 쓰게 된 것이다. 테니스코트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군상들의 삶의 모습을 옮겨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직장 내에서 작성하는 리포트와는 달리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하는 글을 쓴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작은 소망이라면,
내가 발견한 삶의 모습에서의 깨달음을 계속 공유할 수 있기 바라며,
직장생활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슬기로운 취미생활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