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갑자기 로맨스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는 매일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정도 재밌고 유익한 책 고르는 실력이 좋다. 가장 기준이 되는 건 믿고 읽는 출판사와 작가인데, 내가 출판사 이름만 보고 소설을 고르는 곳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BL 한 작품 계약한 것도 너무너무 기쁜데, 공모전 당선은 물론 심해로 빠지고 있는 로맨스 소설을 계약하고 싶다고요?
글 복이 터져도 제대로 터졌다, 아주 흘러넘쳤다. 이건 고민할 것도 안 되었다. 침착하게 긍정의 의사를 밝혔다.
무료 연재 플랫폼에서 인기가 없는 작품이라 회차 수를 최대한 많이 줄였었다. 빨리 완결을 쓰고 다른 작품을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과 동시에 두 배 이상의 분량으로 대폭 늘렸다. 심지어 쓰다 보니 예상했던 양보다 훨씬 길어졌다.
BL 첫 작품 출간 준비를 하면서 다시는 장편 소설은 쓰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로맨스 소설은 그때보다 더 길고 길게 썼다. 100편 가까이 즐겁게 쓴 나 자신이 아주 뿌듯하다.
매주 3회 월, 수, 금 로맨스 소설을 연재하면서 BL 두 작품을 출간했다. 회사도 열심히 다녔고, 집안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책 읽기는 물론 인플루언서 활동도 놓치지 않았다.
그 사이 종이책도 한 권 출간했다. 산문집이라서 힘들지 않았지만, 이 모든 걸 나는 매일 반복했다.
열심히 읽고 쓴 노력의 보상이랄까, 로맨스 소설을 계약한 출판사에서 표지도 만들어주셨다. 아직 공개되지 않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처음 완성본을 받았을 때 눈물이 찔끔 나왔다.
무려 일러스트 표지다. 보통 웹 소설은 비용이 저렴한 디자인 표지 출간을 한다. 나의 BL 두 작품도 모두 디자인 표지로 진행되었다. 그래서인지 막연하게 등장인물이 그려진 일러스트 표지는 유명한 작가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표지를 내가 받았다. 내가 딱 상상하던 그대로 등장인물이 그려진 표지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요즘도 매일 사진첩에 들어가 표지를 보고 흐뭇해한다.
하루에 하는 일들을 나열하고 나니 굉장히 바빠 보이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 나도 처음에는 책 한 권 읽는 데 일주일씩 걸렸고, 웹 소설 한 편 쓰는 데 며칠씩 걸리곤 했다.
내 꿈을 위해서 조금씩 하나씩 습관을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목표량까지 못 해도 좌절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 못한 일은 내일 다시 이어서 하면 된다.
대신 한 쪽이라도 읽고 한 문장이라고 쓰자.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반짝이는 나만의 커다란 왕국이 만들어질 것이다.
나는 어느 정도 구축된 왕국에서 또 어떤 습관을 만들어볼까, 어떤 재미난 일이 있을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이곳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이 나를 또 사랑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