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는 어떤 용도로 발전할까?
저커버그와 머스크, 정치와 마케팅
스티브 잡스는 1982년,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았다.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와 화면, 키보드, 마우스가 통합된 완성형 컴퓨터로 맥킨토시라고 불렀다. 불티나게 팔렸다. 이때 빌 게이츠는 맥킨토시에 들어가는 운영체제를 만들어서 납품했다. 계약이 끝나자마자, 빌 게이츠는 1984년에 맥킨토시와 같은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를 만들어서 IBM과 모든 컴퓨터 제조사에 팔았다. 그것이 윈도이다. 윈도는 2000년까지 시장점유율 95%를 차지하며 독점 기업이 됐다. 스티브 잡스는 빌 게이츠가 도둑질을 해갔다고 비난했다. 스티브 잡스는 죽기 직전까지 빌 게이츠를 비난했다고 한다. 아이러니 한 점은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는 사실 제록스에서 처음 개발했고, 스티브 잡스도 그걸 훔쳤다는 사실이다. (제록스는 그래픽 기반 소프트웨어 말고도 핵심적인 IT기술을 더 개발했지만 상용화 하지 않았고 복사기 회사로 남았다.)
트위터를 베낀 스레드. 혼란스럽다.
스레드가 출시되었다. 트위터는 스레드를 고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스레드는 트위터를 빼닮았기 때문이다. 닮을 수밖에 없다. 마크 저커버그는 처음부터 트위터 타도를 목표로 스레드 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몇 주전에 일론 머스크가 저커버그에게 철창 싸움을 하자고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나는 스레드가 출시되고 하루가 지나서 가입했다. 트위터를 쓰지 않았지만 스레드는 저커버그 때문에 써보고 싶었다. 스레드는 인스타그램과 연동되어 인증을 하는 번거로움 없이 한 번에 가입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마크 저커버그의 글들이 보였다. 저커버그의 프로필을 눌러보니 아기 사진이 있었다. 그는 인플루언서들에게 가입을 환영하는 댓글을 달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쥐었다 났다 하며 몇 시간 동안 스레드를 봤다. 특이한 점은 한 사람이 계속해서 포스팅을 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보통 하루에 한번만 포스팅한다. 너무 많이 포스팅하면 다른 사람들이 짜증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글들이 올라왔지만 나는 혼란스러웠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글을 계속 올리는 걸 보며 짜증이 치솟았다. 정보 과잉이었다. 인스타그램은 나의 취향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어하는 주제의 포스팅만 계속 보여준다. 그러나 스레드는 그렇지 못했다. 아직 내 취향을 판단하지 못했거나, 원래 그렇게 작동하는 것이다.
스레드도 정치 선전장?
스레드에 가입하고 몇 시간 동안 나의 관심을 끄는 계정은 2명뿐이었다. 첫 번째는 저커버그였고 두 번째는 이준석이었다. 정치인 이준석이다. 이준석은 나보다 얼리 아답터였다. 이준석은 스레드가 정치중독자들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주장으로 글을 포스팅했다. 서너 줄 읽다가 차단해 버렸다. 정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단은 했지만 그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석의 주장대로 스레드가 정치중독자들의 플랫폼일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은 항상 미디어에 집착한다.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지지자를 모으고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든다.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그들의 목적은 돈보다 선거에서 표를 얻는 것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일론 머스크는 작년 10월 트위터를 44억 달러(60조)에 샀다. 처음부터 너무 비싸게 산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트위터는 2021년 매출이 5억 달러(5.5조)였다. 그러나 머스크는 올해 트위터 매출이 3억 달러(3.3조)가 될 거라고 예측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에 대형 광고주들이 트위터 광고를 멈췄거나 아주 이탈해 버렸다. 이유는 트위터가 극우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언론의 자유를 근거로 혐오발언을 하는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기로 하였다. 혐오 발언과 가짜 뉴스로 트위터 계정이 정지되었던 사람들을 회복시켜 주었다. 그중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도 포함되어있다.
가디언지에 기고한 Van Badham이라는 호주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트위터는 나치가 점령했다. 나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치 밖에 없다.' 트위터를 사용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네이버 댓글을 떠올려 보니 이해가 됐다. 네이버 뉴스에 들어가 댓글들을 보면 항상 정치와 혐오에 관한 글들 뿐이다. 정치와 상관없는 건강 뉴스여도 전직 대통령 이름이 거론되는 걸 많이 봤다.
가디언지의 또 다른 뉴스에서는 Diana Ramirez-Simon이라는 미국인이 이렇게 말했다. '우익들이 메타의 스레드 앱이 출시된 지 24시간 이내에 가입하였다. 백인 민족주의자인 리처드 스펜서와 백인 우월주의자인 닉 후엔테스가 앱에 가입했다.' 이들은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극우인사들인데 스레드에서도 혐오발언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커버그는 스레드 앱에서 '친절함(kindness)' 만들기에 집중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가 2억 5천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트위터가 일론 머스크에게 넘어간 후 혐오 발언(hate speech)과 가짜뉴스가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스레드는 무엇일 될까?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는 싸이월드가, 미국에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태어났다. 소셜 네트워크의 등장으로 종이신문과 TV 같은 전통적은 미디어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했다. 세대를 불문하고 소셜 네트워크는 정보를 얻는 주요 미디어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마케팅하려는 주체는 정치인과 전문 사업가들만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알리고 브랜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일반인에게도 널리 퍼져있다. 그들은 인플루언서가 되길 꿈꾸며 소셜 미디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한다.
스레드가 출시된 지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가입자 수가 1억 명이다. 유럽에서 스레드가 출시되지 않은 걸 생각하면 이는 엄청난 수치이다. 인스타그램과 연동된 효과가 크다. 스레드가 트위터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메타는 소셜 네트워크 운영에 많은 노하우가 있다. 메타는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고, 그 데이터로 정확한 타겟 광고를 할 수 있다. 이 타겟 광고 덕분에 사업주는 비용대비 효과 높은 광고를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관리자인 모세리는 스레드 광고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타는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이 있었고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메타에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했었는데 최근 주가가 고점을 찍고 이미지가 회복되는 듯하다. 거기에 트위터와 대조되며 메타와 소셜 네트워크가 다시 '쿨'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레드가 광고를 하지 않는 동안 트위터는 서비스를 회복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스레드가 이토록 흥행하는 원동력은 인스타그램과의 연동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나는 페이스북을 쓰다가 인스타그램을 같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페이스북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를 왔다 갔다 하며 사용하는 걸 번거롭게 여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스레드가 인스타그램 사용을 줄이는 카니발리즘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는 호기심에 스레드를 사용하던 사용자들이 다시 인스타그램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큰 뉴스가 되고 있는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철창 싸움은 현실화 될지 알 수 없다. 우선은 스레드의 흥행으로 머스크가 한방 먹은걸로 보인다. 안타깝지만,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경쟁은 잡스와 게이츠의 경쟁만큼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레드가 어떻게 발전할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정치인은 지지자를 얻기 위해서, 사업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고 팔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