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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Nov 02. 2023

피치, 비전을 제시할까? 실현 가능성을 강조할까?

피치 전략과 창업 심사위원

엘리베이터 피치는 일상적이고 비공식적인 상황에서 필요하다. 피치는 대개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설득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말한다. 창업가는 투자 유치를 위해 피치를 하게 된다. 정부지원 창업 자금을 받으려는 경우 1차 서류평가를 통과하고 나면 2차에서 발표평가를 통해 피치를 한다. 사업이 유망하면 벤처 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피치를 한다. 피치를 위한 기술 중 첫 번째로 비전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비전 VS 실현 가능성

실리콘 밸리의 벤처캐피탈리스트이자, 창업가이며, CEO인 벤 호로위츠는 <하드씽>이란 책에서 CEO의 특성을 비전 지향과 실현 지향으로 구별하였다. 비전 지향가는 원대한 야망을 품고 획기적인 사업을 구상한다. 이들은 회사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을 즐긴다. 실현 지향가는 실제 눈으로 보이는 결과를 중요시한다. 이들은 회사를 잘 돌아가게 만드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일을 더 즐긴다.

    비전 지향가는 제품, 직원, 고객등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계획을 세운다. 전략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구체적인 프로세스 설계나 세세한 기술 습득, 실적관리와 같은 세부사항에는 싫증을 낸다. 메타(구 페이스북)의 CEO인 저커버그는 전형적인 비전 지향가이다.

   비전 지향가가 독서를 하고 전략을 연구하는데 거리낌이 없는데 반해, 실현 지향가는 책상 머리에 앉아서 전략 세우기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실현 지향가는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기 위해 발로 뛴다. 잠재고객에게 전화하며 영업과 같은 행동하기를 못하면 초조해진다. 메타의 COO(최고 운영 책임자)인 쉐릴 샌드버그는 실현 지향가이다.

출처 http://www.saetae.marketing

창업에 성공하려면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해 내는 능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러나 비전과 실현가능성 사이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피치를 듣는 청중은 비전과 실현 가능성을 저울질한다. 피치는 대개 5~10분 사이의 시간만 주어지기 때문에 비전과 세세한 실현계획을 다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비전과 실현 가능성 중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는 것이 유리할까?


출처: 구글

구글은 2011년 구글 글래스를 선보였다. 증강 현실 디바이스로 일정관리, 시간, 날씨, 전화, 동영상 시청, 음악청취를 할 수 있는 안경이다. 이 제품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큰 기대를 모았다.

    비전 지향가는 구글 글래스와 같이 급진적인 아이디어로 혁신을 내세우며 창업한다. 비전을 지향하면 경쟁을 줄이고 독특함으로 차별화를 내세울 수 있다.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쉽다. 비전 지향은 어떤 제품이라도 될 수 있다. 혁신적인 모바일 앱, 혁신적인 세탁 서비스, 혁신적인 유기농 식품은 모두 비전 지향이다.

    구글 글래스는 구글의 사내 벤처창업이었다. 구글이라는 글로벌 대기업이 최고의 기술과 풍부한 자원으로 사업을 뒷받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글래스는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사업이 종료되었다. 실현 지향가는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성에 중심을 둔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청중이 아이디어를 쉽게 이해한다. 사업의 타당성이 높다. 실패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줄인다.


심사위원에 따라 강약을 달리하라

당신이 투자자라면 비전 지향과 실현 지향의 피치 중 어느 쪽을 높이 평가하겠는가?

실리콘 밸리의 경우 창업가 CEO는 비전 지향가가 더 많다고 한다. 급진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치를 할 때에는 청중에 따라 비전과 실현 가능성의 중점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연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전문가들 즉 벤처케피털리스트는 비전 지향가를 더 높이 평가한다. 이들은 투자를 하였을때 창업가가 실패하면 자신의 돈을 전부 잃을 수도 있다. 반대로 성공하면 수십, 수백 배의 이익을 낼 수도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비전을 지향하고 성장 잠재력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정부지원사업의 발표평가는 위원회를 구성해서 심사한다. 대개 운영기관 외부에서 교수나 전문직 종사자를 초대하여 5~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들의 문제점은 창업이 실패하던 성공하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사위원으로 들어가서 의도적으로 아무나 뽑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할 동기가 부족하다.  심사위원들은 창업자의 성공으로 돌아올 이익이 없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나 약점 찾기에 더 초첨을 맞춘다. 사업 아이디어가 급진적인 비전 지향은 심사위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실현 가능성을 강조하는 게 유리하다. 특히 소기업의 운영자금 대출과 같은 융자 사업은 심사위원들이 잘 아는 평범한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낫다. 실현 가능성을 강조하더라도 기술 전문 용어의 사용과 지나치게 전문적인 이야기는 피해야 한다. 위원회 중에서 전문 기술을 이해를 할 수 있는 심사위원은 없거나 한 두명일 가능성이 높다.



한 공공기관에서 주관한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고등학생이 참가하여 환경을 주제로 '지구를 살립시다'라는 피치로 우승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벤트성 행사에서는 청중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좋다. 심사위원이 비전문가인 경우에는 열정적인 분위기와 주변 정보로 평가하기 쉽다. 심사위원이 전문가이면 열정적인 분위기 보다는 사업 아이디어라는 본질적인 정보 위주로 평가한다. 


종합하면, 피치는 비전과 실현가능성을 둘 다 제시하되 심사위원에 따라 그 무게중심을 달리해야 한다. 전문투자자는 현재의 실현가능성 만큼이나 미래의 잠재력도 함께 평가한다. 대출 융자와 같은 보수적인 상황에서 하는 피치는 실현가능성 위주로 설명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 정보를 제시하는 기법에 대해 이어 씁니다.


경영지도사 사무소 문의하기 http://www.saetae.mark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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