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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Nov 16. 2023

최고의 전략은 학습이다

전략 3

전략(stratege)이란 말은 고대 그리스어 스트라테고스(strategos)에서 유래되었다. 스트라테고스의 원래 의미는 전쟁에서 이기는 '장군의 기술'이다. 전쟁은 승자에게 모든 부와 명예를 주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게 만든다. 전략을 말할 때는 언제나 '경쟁'을 고려한다. 성공한 기업이 있으면 실패한 기업이 있다. 성공한 기업만 보고 배우려고 하면 그림의 일부 밖에 보지 못한다.


기존기업과 창업기업의 차이점

성공한 기업의 전략을 모든 기업이 따라 할 수는 없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에서 누리는 주요 경쟁우위는 '규모의 경제' 이기 때문에 창업가가 쉽게 모방할 수 없다. 규모의 경제는 기업의 생산규모가 증가할수록 비용은 줄어들고 이익은 더 늘어나는 경우를 의미한다.

    1980년대 말, 일본은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에서 9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었다.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자는 소니, NEC, 히타치, 도시바와 같은 일본의 거대 기업이었다. 그러나 1991년 삼성전자는 매출로 D램 반도체 1위를 달성했다. 1996년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세계 1위가 되었다. 절대 우위에 있던 일본의 총 시장점유율은 20%까지 떨어졌다.

    메모리 반도체는 어떤 컴퓨터에나 쓰이는 범용이기 때문에 같은 품질의 제품의 누가 가장 싸게 만드느냐가 문제였다. 즉 '규모의 경제' 효과를 만들어야 했다. 생산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은행을 통제하며 삼성전자에 거액을 장기로 빌려주고, 경쟁자인 일본보다 낮은 금리를 내주는 식이다. 이건희 회장처럼 비전을 가진 경영자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의해 삼성전자는 규모의 경제효과를 만들 수 있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전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도 모리스 창이라는 전문가와 국가의 대대적인 지원에 의해 설립되었다.

    대개 제조업에서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에 존재하는 기존 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해자로 구축한다. 신규 창업가에게 규모의 경제는 높은 진입장벽이다. 이런 경우 창업가는 대개 가격경쟁을 피할 수 있는 차별화 우위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최고의 전략가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나고 12년이 지난 1997년 애플의 임시 CEO로 복귀했다. 애플은 당시 부도 직전의 위기였다. 매킨토시의 열혈 팬들은 스티브 잡스의 복귀를 반겼지만 그의 직책에는 임시라는 말이 붙어있었다. 전문가들은 잡스가 첨단 제품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선(sun)과 손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잡스의 선택은 남 달랐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책 '스티브 잡스'에 따르면 잡스는 회사에 복귀한 직후 중역들을 모았다. 그리고 화이트보드에 당시 애플이 하던 모든 사업을 썼다. 잡스는 이것, 이것, 이것, 그리고 이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줄을 그어댔다. 생존력이 있는 핵심사업만 남기고 많은 제품과 사업부를 포기했다.

    당시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4% 정도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는 점유율이 90%를 넘었다. 독과점 문제로 정부는 기업을 분할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빌 게이츠의 우려를 알고 있던 잡스는 그를 설득해서 애플에 1억 5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냈다. 잡스는 단순화된 제품 라인을 만들고 외주로 생산해서 재고를 80%까지 줄였다.

    잡스는 노력하면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사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업을 포기했다. 그는 경쟁자의 약점을 이해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전략을 썼다. 잡스의 회생전략 이후 애플의 성장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잡스는 거창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의 행동변화와 기술의 발전 흐름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잡스의 전략은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였으며 이는 일반적인 성공 경영전략이 아니다. 잡스는 성공의 원천인 기회를 포착하려고 애썼다. 기회라고 판단하면 준비된 포식자처럼 신속하게 덤벼들었다.

1997년 스티브잡스의 복귀


배우고 실험하기

사업이라는 항해는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에 직면해야 한다. 항해를 하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궂은날도 있다. 어떤 날씨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폭풍우를 만날 수도 있고 표류할 수도 있다. 육지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경로만 있다면 간단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관건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선점 효과, 네트워크 효과, 비용 우위의 정량화, 학습에 따른 역량 강화, 시장확대, 신시장 진출, 리더십 기능, 초기저가 시장진출, 수평적 사고....> 전략은 다양하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경영전략도 다르다. 80년대  제조업이 경제의 중추일 때는 도요타의 적시공급생산(just in time)이나 전사적 품질관리(total quality management)가 유행했다. 그 후 GE가 세계 최고기업으로 우뚝 섰을 때는 잭 웰치가 많은 경영자에게 영감을 줬다. 잭 웰치는 직원 중 하위 10%는 항상 해고할 대상이라는 잔인한 인력관리를 했다. 2011년에 나온 린 스타트업은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전략 중 하나이다. 초기 창업가를 위한 전략은 다음 글에서 정리하겠다. 하나의 올바른 전략이란 없다. 이전에 가본 적이 없는 불확실하고 광활한 미지의 대양에서 항해하는 첫 번째 전략은 계속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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