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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Jan 18. 2022

왜 달릴까?

달리지 못해 우울해

 런태기이다. 지난해 9,10,11월 세 달 동안 많이 달렸다. 11월에는 50km 달리기 대회에서 출전했었다. 12월 중순부터 달리기에 흥미가 떨어졌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도 안되어 권태기가 온 것이다. 처음에는 5km만으로도 성취감을 느꼈지만 요즘에는 10km를 달려도 성취감이 별로 없다. 한 주에 120km까지 달려봤다. 10km를 달려도 더 달릴 수 있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0km를 달리는데도 한 시간 가까이 걸린다. 적은 거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최소 10km는 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다. 어차피 10km를 못 달릴 거 아예 하루 푹 쉬자는 식이 된다. 


 달리기가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처음에는 고통을 즐기는 마음으로 달렸다. 뛰고 나면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나의 하루 일과 중 가장 힘든 일이었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다른 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또한, 달리고 나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졌고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런태기인 지금도 달리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은 변함없다. 다만, 달리기를 하러 나가기 힘들고 횟수가 줄어들었다. 


왜?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힘든 달리기를 하는 걸까?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게 힘들지 않은가? 순수하게 달리기 자체를 즐기고 있을까? 왜 달리는 걸까? 달리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동기는 무엇일까? 

 달리기에 좋은 점을 네 가지로 구분해 보았다. 

첫째, 신체건강 증진

 유산소 운동은 심장과 혈관 기능을 좋게 한다. 근력을 강화시키고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 적절한 체중 유지는 3대 성인병으로 불리는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을 완화시키거나 예방한다. 면역력을 높이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정신건강 증진

달리기를 포함한 유산소 운동은 기분을 좋게 만들고, 기억력과 주의력을 높인다. 엔도르핀, 엔도 카나비노이드, 세로토닌 등 긍정적인 호르몬 분비로 뇌의 화학성분이 바뀌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뇌신경과학자인 웬디 스즈키의 말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은 뇌의 해마라는 부분의 용량을 늘인다. 우울증은 이 해마와 상관관계가 있다. 달리기를 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우울증을 자가 치유할 수 있다.

셋째, 재미, 오락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기 사람들은 몸을 움직인다. 스포츠는 도전감, 자유감, 성취감을 느끼고 경쟁을 하는 놀이다.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의 본질은 유희라며 호모 루덴스라는 말을 만들었다. 놀기 위해 달리기를 할 수 있다.

넷째, 사회적 기능

사교는 스포츠의 주요 기능이다. 공통의 관심 스포츠는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달리기는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러닝 크루에 가입한다.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서 함께 운동을 함으로써, 사람들과 인간적인 교류관계를 맺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나는 왜 달릴까?

 운동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막상 운동을 시작하기는 힘들고 꾸준히 하기는 더 어렵다. 신체 건강이던 재미를 위해서든 목표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된다. 나의 경우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신체건강 증진이 목적이었다. 계속 실내에서 앉아만 있었기 때문에 건강관리가 필요했다. 1년 전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여러 번 부상을 당했다. 몸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요령이 부족했다. 부상으로 가장 길게 쉰 것은 3주 정도이고 대부분의 부상은 1~2주 쉬면 나았다. 달리기를 하면서 몸을 다쳐서 못 달릴까 봐 늘 걱정을 했다. 달리기에 집착했었다. 최근에는 특별한 부상이 없고 달릴 수 있다. 그러나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달리기를 거르는 날이 늘고 있다. 달리기를 안 하면 우울하다. 아니 나는 원래 우울했다. 달리기가 우울증을 완화해 주고 있었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보통 사람들은 원래 이런 기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달려야 한다. 나의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달리기를 해서 뇌의 해마 부위를 키워야 한다. 나는 마음이 아프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책도 읽고 요가와 명상도 해왔지만 달리기를 하는 것이 기분 개선에 더 효과적임을 알았다. 달리기에 많은 유익함 중에서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내게 중요하다. 몸과 마음은 분리할 수 없다.  


어느새 달리기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 것이 런태기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하기 싫어도 밀어붙이는 태도로는 오래 할 수 없다. 재미를 찾아야 꾸준히 할 수 있다. 러닝 크루에 가입하면 억지로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변화가 필요하다. 달리기를 꾸준히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달리기는 단기적으로는 기분을 좋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침 달리기
저녁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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