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약 1030년 경, 키가 2미터 92센티미터인 골리앗은 거대한 창을 들고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블레셋 진영에서 이 거인 병사가 나와 도발하자 사울의 군대는 기가 죽었다. 그 결말은 잘 알려져 있다. 양치기 소년이었던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치고 이스라엘 최초의 왕이 된다. 사울은 명목상 최초의 왕으로 기름 부음(왕이 될 특별한 인물을 표시하는 행위)을 받았지만 역사는 전사 왕 다윗을 리더로 기억한다.
다윗은 골리앗과 맞서 싸우고 싶어 했다. 골리앗과 맞서기엔 다윗은 너무 어렸지만, 사울은 그의 용맹함에 설득당하여 갑옷을 주었다. 다윗은 갑옷을 입지 않고 양치기의 옷을 입고 싸움에 나섰다. 그는 돌을 던져 골리앗의 이마에 맞혀 쓰러트리고 칼로 목을 베었다. 블레셋의 병사들은 도망쳤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이길 수 없는 싸움처럼 보여도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발견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었을까? 다윗의 강점은 용맹함이고 약점은 어리고 몸집이 작다는 점이었다. 골리앗은 거대한 체구와 오랜 경험이었다. 보통 사람에게 골리앗의 약점은 보이지 않았다.
다윗은 자신의 강점으로 골리앗의 약점을 공격하는 전략을 썼다. 다윗은 체구가 작지만 민첩했고 돌팔매 기술이 있었다. 다윗은 사울이 준 무거운 갑옷을 입지 않았다. 갑옷은 자신의 강점인 민첩성을 약화시킨다. 또한 힘이 강점인 골리앗과 근접전을 할 계획이 없었다. 다윗은 원거리에서 돌팔매질로 골리앗의 체구와 힘이라는 강점을 무력화시켰다. 언뜻 봐서는 인식하기 어려운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면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전략이 생긴다.
상대의 강점을 이기려고 하지 마라
2004년,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아 교수는 <블루오션 전략>을 출간하였다. <블루오션 전략>은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경쟁에 뛰어들지 말고 승리할 수 있는 미개척시작을 찾아서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아이디어이다. 블루오션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고 성장은 빠른 시장을 말한다.
창업가는 자사가 시장에서 위치하는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 자사의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다음은 경쟁환경을 분석해야 한다. 시장에 먼저 진출한 기존기업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경쟁을 할 수 있는 자원(돈, 인력, 기술)을 갖추고 있는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가? 경쟁을 해서 이기면 그만큼에 보상이 있는 시장인가? 이런 질문들로 경쟁을 충분히 연구했는데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있는 강점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교수와 마보아 교수는 '절대로 상대의 강점을 이기려고 하지 말라'라고 말한다. 창업가들은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개 시장에서 약자이다. 창업가는 다윗처럼 자신의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야 한다. 만약 경쟁에서 당신의 강점을 찾을 수 없다면, 당신만의 강점을 발휘할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한다.
블루오션 아직도 있을까?
체스키와 게비아는 디자인 전문학교 동창이었다. 미국 동부로 이사한 두 사람은 비싼 임대료를 분담하기 위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2007년 LA에 있던 두 사람은 당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파산 상태였다. 그러나 같은 해 9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디자인총회가 두 사람의 운명을 바꿨다. 디자인총회 때문에 각 호텔의 숙박 예약이 넘치거나 숙박료가 급등했다. 게비아는 체스키에게 편지를 보냈다. '돈을 좀 벌 방법을 생각해 봤어. 우리 집을 디자이너들에게 침대와 조식을 제공하는 곳으로 바꾸는 거야. 젊은 디자이너들이...(중략)... 숙소를 4일간 제공하는 거지. 어때?' 체스키와 게비아는 워드프레스의 무료도구를 이용해서 4일 만에 에어비앤비앤드브랙퍼스트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1년 뒤에 하버드 출신의 컴퓨터 엔지니어 블레차르지크를 설득해서 함께 창업했다. 블레차르지크는 처음에는 '비현실적인 프로젝트가 아닐지 심각하게 걱정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세 사람은 사업을 시작하며 험난한 투자유치 과정을 겪었다. 투자자들은 에어비앤비의 사업모델을 걱정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 에이비앤비는 <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았다. <실제 사용자>가 없었다. <창업가들>의 모습이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혁신가와 조금도 닮은 구석이 없다.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페이스북은 매출이 없음에도 기업공개(IPO)를 한다는 소문이 싹트고 있었다.)
'여행자가 호텔이 아닌 현지인의 집을 빌리거나 방 하나를 빌린다'는 개념으로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공유숙박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공유숙박은 '실제 사용자가 없다'라고 걱정할 만큼 작았던 틈새시장이었다. 힐튼이나 쉐라톤 같은 시장의 골리앗은 에어비앤비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고대응하지 않았다. 직접 경쟁을 하지 않았던 에어비앤비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여 시장 파괴자가 되었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고도 숙박여행 산업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다.
어떻게 경쟁자를 앞지르고 무엇을 기반으로 이길 수 있을까? 시장진입자가 기존기업에 비해 강점을 찾을 수 없다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블루오션 전략>은 이길 수 없는 경쟁에 뛰어들지 말고 경쟁이 무의미한 신규시장을 개척하라고 조언한다. <블루오션 전략>은 <시장 파괴 전략>과 상호 배반적이지 않다. 에어비앤비는 창업 초기에 틈새시장을 공략했지만 결국 시장파괴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