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매출 기준으로 전 세계 1위 기업이다. 월마트는 창업부터 현재까지 줄곧 가격이 싸다는 걸 강조했다.
1962-1988: 항상 싼 가격. 항상. Always Low Prices. Always.
1988-1994: 항상 싼 가격. 항상. Always The Low Price. Always.
1994-1996: 항상 싼 가격들. 항상 월마트. Always Low Prices. Always Walmart.
1996-1999:매일 싼 가격이 낮다. 항상. Better Every Day Low Prices! Always.
1999-2007: 항상 싼 가격. 항상. Always Low Prices. Always.
2007-현재: 돈을 아껴라. 더 잘 살아라. Save Money. Live Better.
슬로건은 기업의 핵심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며 차별화를 외치는 구호이다. 월마트는 지속적인 브랜딩을 하며 슬로건을 바꿨다. 그러나 '싼 가격'이 빠진 적이 없다.
가격 할인도 차별화 요소가 될까?
마케팅은 제품, 유통, 프로모션(커뮤니케이션), 가격을 조화롭게 설계하여 고객을 창출하는 활동이다. 다른 마케팅 요소들은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가격은 즉각적으로 바꿀 수 있고 그에 따른 고객의 반응도 즉각적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과업이다. 그러나 마케터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아이디어도 없을 때' 가격 할인을 한다는 말이 있다. 가격으로 승부 보려는 마케터를 무능하다고 본다.
가격할인은 매출을 높이지만 많이 팔아도 이윤이 안 남는 상황을 만든다. 또한 가격할인은 브랜드를 훼손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악화시킨다. 이것이 루이뷔통, 에르메스, 샤넬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가격할인을 하지 않는 이유다. 가격으로 경쟁하려고 하면 자본력이 더 큰 기업들이 이긴다. 대개의 경우 저렴한 가격은 차별화 전략으로 지속하기 어렵다.
규모의 경제
월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튼은 가격할인으로 사업을 성장시켰다. 그는 1950년대에 소매업에 뛰어들었다. 잡화점을 운영하며 여성속옷 3장을 한 묶음으로 0.99달러에 파는 행사를 벌여 높은 매출을 경험했다. 그 후 계속해서 할인행사를 기획했다. 한 예로, 잔디 깎는 기계 200대를 177달러에 구매했다. 판매자는 정말 200대를 살 것인지 재차 확인했다. 그 기계는 한 대에 447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샘 월튼은 200대가 확보되자 포장을 모두 뜯어버리고 매장 앞에 여덟 줄로 200대 모두를 전시했다. 그리고 '머레이 트랙터, 8마력, 199달러'라고 크게 써 붙였다. 보란 듯이 한 대도 남기고 않고 다 팔았다. 월마트는 지금도 상시 할인(EDLP)이 핵심 전략이다.
월마트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다. 공급업체로부터 대량구매를 조건으로 협상해서 매입 비용을 낮춘다. 대량으로 일처리를 하면 유통, 보관, 인건비와 같은 중간과정 비용도 줄어든다. 똑같이 가격할인을 하더라도 월마트는 비용우위로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다. 규모의 경제는 어디에나 있다. 분식집을 경영한다고 해보자. 라면을 한 그릇 끓이는 비용과 열 그릇을 동시에 끓이는 비용은 거의 비슷하다. 많이 팔면 재고 회전율이 빨리 진다. 원재료 매입은 더 싸게 할 수 있다. 많이 팔면 비용이 줄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난다.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월마트와 똑같은 일을 한다.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가장 저렴하게 판다. 아마존의 매출은 연 수천억 달러에 이르지만 이익은 거의 나지 않는다. (아마존의 이익은 클라우드서비스 AWS 사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한 연구에 따르면 월마트와 아마존이 공통으로 판매하는 상품인 경우 월마트가 30%나 싸다고 한다. 아마존은 오픈 마켓플레이스로 개별판매자가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큰 가격할인을 하기 어렵다. 이를 깨달은 아마존은 개별 판매자로부터 상품을 받아서 직접 물류와 유통을 하는 방식을 병행하며 규모의 경제를 늘리고 있다.
가격할인이 필요 할 때
사업으로 돈을 버는 원칙은 단순하다. 비용은 낮추고 매출은 높여야 한다. 소매업은 운영 위주거나 매출 위주로 경영한다. 운영 위주는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출을 늘리면 운영효율은 규모의 경제 때문에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다시 말해 매출을 높이는 전략이 낫다.
가격할인의 또 다른 효과는 '미끼'이다. 가격할인은 사람들의 방문을 유도한다. 가격할인 제품을 사려고 매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다른 상품들도 사기 때문에 전체 매출이 증대된다. 온라인에서도 같은 이유로 가격할인을 사용한다. 예컨대 카메라 판매자는 카메라 본체를 가장 저렴한 가격(종종 원가 아래로)에 올린다. 이렇게 하면 검색의 힘으로 가장 싼 카메라가 경쟁자들을 이기고 페이지 최상단에 노출된다. 클릭해서 들어가 카메라를 알아보다 보면 필요한 것은 본체만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본체 이외에 많은 액세서리들은 저렴하지 않을 것이다.
구글, 메타, 카카오톡,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기업들은 제품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늘어나는 비용은 거의 0에 가깝다. 재고도 생기지 않는다. 디지털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미미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제조업 또는 소매업의 운영은 규모의 경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다면 가격할인을 쓸 수 있다. 소매업의 평균수익이 4퍼센트에 불과 할 때 월마트의 세전 수익은 8퍼센트를 넘겼다. 가격할인을 할 때는 매출을 몇 배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브랜딩, 디자인, A/S, 고객응대, 기술, 물류와 같은 다른 요소에서 혁신하여 차별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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