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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Feb 05. 2022

인스타그램 중독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마라)

워치, GPS, 기록

2022년 2월 4일 메타 주가가 22% 폭락했다. 남들이 하도 미국 주식타령하길래 나도 적은 돈을 투자했봤다. 손실을 입었다. 마이너스 50%가 넘는 수익률을 보면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회피한 지 한참이다. 가끔 들어가 보면 계속 하락 중이다. 몇 년 후에는 회복이 되겠지 하는 생각이다. 메타가 급락하는 것을 보니 당분간 다른 주식들도 회복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메타는 메타버스 사업을 하겠다는 마크 저커버거의 회사이다. 원래 이름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이 모회사이고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소유하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20억 명이 넘는다고 하니 망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자원을 가진 회사이다.


인스타그램은 나의 달리기 기록을 초라하게 만든다.

 페이스북은 사용을 안 한 지 3년이 지났다. 요즘에는 인스타그램을 매일 사용한다. 달리기 기록을 올리는 용도로 사용한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팔로워를 늘리며 계정을 키우고 있다. 인스타그램 가입을 한 지 6년 됐는데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460명이다. 200명 정도는 달리기에 관련된 사람이고 60명 정도는 요가, 그리고 나머지 200명 정도는 현실세계에서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이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갈 때마다 달리기 기록들이 쏟아진다. 계정을 키우기 위해 의무적으로 좋아요를 누른다.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를 받기 위해 팔로우를 한다. 먼저 팔로우하면 상대방은 내 포스팅을 보지도 않고 좋아요를 10개씩 연속으로 눌러준다. 이것이 인스타그램에 에티켓이다. 

계정 키우기를 하면서 너무 많은 포스팅을 본다.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좋아요만 빠르게 누르고 넘어간다. 가끔 눈길을 끄는 것은 나체에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남자들이 주로 나체 사진을 올린다. 하루는 가슴 사진을 올리고 다음 날에는 등 사진을 올린다. 오늘은 하체 운동을 했다면서 팬티 같은 옷만 입고 엉덩이 사진을 올린다. 혐오스러운 감정이 일어나서 몇 번 보다가 언팔로우 했다.

 달리기 하는 사람들의 포스팅은 페이스를 주로 본다. 워치나 스마트폰으로 기록을 재기 때문에 거리, 페이스가 기본으로 나온다. 1km당 페이스가 4:XX이면 빠른 것이다. 나도 4분대로 달릴 수 있지만 그 속도로는 오래 못 달린다. 요즘은 10km를 기본으로 뛰기 때문에 편하게 뛴다. 날마다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뛰고 나서 기록을 보면 1km당 5:10~5:30의 페이스로 뛴다. 다른 사람들의 기록을 보면 비교된다. 나도 좋은 기록을 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GPS 기록 속이기

 기록이 좋은 사람들 즉, 페이스가 빠른 사람들을 보면 의심부터 한다. 나는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다. 남들에게 유쾌하지 않은 지적질을 하고 싶어 안달인 사람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사진을 꾸밀 수 있는 필터가 많다. 사진뿐 아니라 기록도 좋아 보이게 만들 수 있다. 기록을 데코레이션 하는 소극적인 방법과 저 극적인 방법이 있다.

 소극적으로 기록을 꾸미는 방법은 기계의 오차가 커지게 하는 것이다. 오차가 커진다는 것은 거리가 실제보다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둘 다를 말한다. 5km 거리를 달릴 때 GPS 오차로 100m 정도 더 달렸다고 하면 페이스는 10초 이상 단축된다.  GPS는 평균 3m 정도의 오차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빌딩이 있거나, 나무가 많아 신호가 방해되거나, 짧은 원을 돌면 GPS 오차가 커진다. 400m 트랙과 같은 짧은 원을 돌면 GPS상 거리는 줄어들게 된다. 곡선으로 움직이는 것을 인식 못하고 직선으로 그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치에서 러닝로 세팅하면 기계가 그 오차를 알기 때문에 알아서 거리를 보정한다. 실제보다 거리를 더 준다. 많은 워치가 캘리브레이션을 실행시켜 오차를 줄일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GPS 사용자 중 이 원리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것 같다. 알더라도 굳이 조정을 해서 기록을 나쁘게 보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랙에서 달리면 달리기 기록이 좋아지지만, GPS의 오차로 인해 실제보다 좋은 기록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트랙에서만 달리는 사람들의 러닝 기록은 실제보다 부풀려진다. 그리고 좋은 기록을 위해 트랙에서만 달리게 된다. 
또한, 실내에서 트레드밀을 달릴 때는 GPS상 거리를 0이 나와야 정상이다. 그러나 워치는 자이로스코프와 가속 센서를 이용해서 팔을 흔드는 것만으로도 달린 거리를 추정해서 알려준다. 이 원리를 안다면 팔을 아주 열심히 흔들어서 더 빨리 더 멀리 달린 것으로 기록이 나오게 할 수 있다.

 페이스를 적극적으로 속이는 방법도 있다. 워치에서 러닝으로 세팅하고 킥보드를 타고 움직여도 달리기를 한 것으로 기록이 나온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다. 달리다가 기록을 멈추는 방법도 있다.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기록을 멈추고 몸을 회복한 후, 다시 전속력으로 달리고 멈추기를 반복하면 빠른 페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좋아요' 중독

 달리기의 기록을 속이는 것은 과거부터 있었다. 보스터 마라톤 대회는 올림픽을 제외하고 가장 권위 있는 마라톤 대회이다. 125년이 넘는 역사가 있고 우승 상금이 가장 높다. 참가 신청자도 너무 많아서 선수에 준하는 훈련을 하는 사람들만 출전할 수 있다. 39세 이하 남성의 경우 마라톤 공식 기록이 3시간 이내여야만 출전을 신청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대회는 출전 자격을 얻는 것만으로 아마추어 마라토너로써 상당한 실력을 인정받는다. 사람들은 이 자격을 얻기 위해서 다른 마라톤 대회에서 속임수를 써 왔다. 달리는 도중 다른 사람과 칩을 갈아 끼워 둘이 달리는 방법을 쓰기도 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코스를 이탈해서 결승점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기록을 조작했다.

 내 기록이 1km당 4:00 정도 된다면 눈에 띌 것이고 인스타그램에서 더 많은 좋아요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관심을 끌어서 좋아요를 받기 위한 곳이다. 좋아요를 받으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 생각 없이 인스타에 들어가면 1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자극적인 사진과 몸을 흔들어대는 사람들, 개와 고양이 영상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리고 가짜 뉴스도 넘쳐난다. 가짜 뉴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 수 있기 때문에 이미 하나의 산업이 됐다.

 마크 저커버그는 소셜 네트워크를 경영하며 페이스북, 와츠앱,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도록 설계하고 발전 시켰다. 사람들이 자주 오래 머무를수록 광고를 많이 보게 되고, 광고주들에게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이 디지털에 중독될수록 저커버그와 실리콘밸리에 있는 사람들은 돈을 번다. 더불어서 가짜 뉴스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도 돈을 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긴 것은 소셜 네트워크에 트럼프가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더 많은 가짜 뉴스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특히 인스타그램이 거짓말을 퍼뜨리기에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나도 별수 없이 중독되었다. 스마트폰이 방해가 된다는 것은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공부할 때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한 적도 있었다. 요즘은 달리기 인증용이란 핑계로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한다. 달리기를 하고 사진을 한 장 찍어 기록과 함께 포스팅한다. 그리고 좋아요를 기다린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특별해야 한다. 젊고 예쁘거나, 근육질 몸매이거나, 달리기 기록이 좋아야 한다. 달리기 기록을 좋게 만들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기록을 좋아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예컨대 기록이 잘 나오도록 내리막 길만 뛰고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달리는 코스는 일단 언덕을 5분 정도 뛰어올라가는 코스이다. 언덕 기록을 빼거나 걸어올라 간 후에 달리기를 할 수도 있다.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지 마라

인스타그램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일까?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일까? 사진을 적극적으로 꾸며서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 행위를 하는 곳일까? 팔로워를 늘리고 나를 브랜드화하여 상업화하는 수단일까? 전부 다 조금씩은 사실인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서 필터만 한번 클릭하면 언제나 현실보다 좋아 보인다. 인스타그램은 현실로부터 도피하게 해 준다. 사진은 필터를 써서 아름답게 만들고, 달리기 기록은 약간의 조작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돋보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에 필터를 쓰는 것도 조작이고, 달리기 기록을 좋게 만드는 것도 조작인데 달리기 기록을 좋게 만드는 것이 더 찝찝하다. 스포츠 정신에 위반한다는 양심을 건드리는 듯하다. 달리기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심장이 더 건강해지고 나 자신에 대해 더 낫게 느끼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스타그램에 거짓 기록을 올린다면 나를 속이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나를 남과 비교하고 꾸미려고 애쓸수록 내 영혼은 초라해진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자신을 속이면 자기 자신을 더 이상 존중하지 않게 된다>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짜 나를 꾸미는 것은 나 자신에게 유익하지 못하다. 열심히 달리고 열심히 사진 올리되 정직하게 하자. 기술은 이롭지도 해롭지도 않다. 사용하는 사람에 달려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달리기 사진
워치에 보이는 달리기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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