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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Feb 02. 2022

달리기로 얻은 의외의 효과

변비치료, 집중력향상, 명상하기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 생긴다는 긍정적인 효과는 많다. 근력 강화, 체중 감소, 면역력 증대, 수면 개선, 혈압과 혈당 개선, 우울증 완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수명까지 늘린다고 말한다. 달리기를 하고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는 것은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힙한 일이기도 하다. 

    달리기의 효과에 대해 찬양하는 말들은 대부분 사실이라고 믿는다. 거기에 더해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도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느낀 달리기의 긍정적 부작용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하나, 변비 치료

달리기를 하러 나갈 때는 항상 휴지를 들고나간다. 비닐에 휴지를 싸서 넣어두면 오랫동안 들고 다녀도 휴지 상태가 유지된다. 내가 달리는 코스 중 어디에 화장실이 있는지 알고 있다. 언제 화장실을 가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번은 화장실을 불과 100m 앞두고 나무 밑에서 실례를 한 적이 있다. 10월 일요일 오전이었다. 무더위가 지나고 달리기에 좋은 날씨였다. 혼자 하프 마라톤을 달릴 계획이었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장을 비우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무거운 아랫배 때문에 불안감과 함께 휴지를 들고나갔다. 동네 산책로에서 뛰었다. 한 바퀴를 돌면 2.2km라서 9바퀴 반을 돌면 21km다. 7바퀴를 돌고 나니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8바퀴를 돌자 아랫배에서 신호가 왔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보다 햇빛도 뜨거워졌다. 마친 고불고불 산길을 달리는 버스를 오래 타서 멀미가 나는 것과 같은 불쾌감이었다. 그래도 9바퀴 반을 돌기 위해 계속 뛰었다. 9바퀴를 넘어설 때쯤 아랫배가 갑자기 몹시 아팠다. 화장실을 가야 했다. 멈춰서 워치를 보니 20.5km였다. 앞으로 500미터만 더 뛰면 21km였다. 몸에서 오는 고통을 감내하며 21km를 채웠다. 아랫배가 너무 아파서 마트 화장실로 향했다. 참을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나무 밑에서 바지를 내렸다. 일은 순식간에 끝났다. 일요일 오전이라서 나의 행위를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마트 화장실로 가서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21km도 달렸고 쾌변도 했으니 성취감이 두 배로 느껴졌다.

    몇 달 지나서 한겨울이었다. 산에서 둘레길을 달리기를 하다가 설사를 했다. 한 밤중에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가 옆에 풀숲으로 빠져서 설사를 한적도 있다. 달리기를 하면 설사가 자주 나온다. 특히 산에서 달리면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기 때문인지 배변활동이 두배로 촉진된다.  

    달리기를 하며 설사를 걱정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달리기 동호회에서도 '급똥'은 모두가 공감하는 논쟁거리이다. 동호회에는 의사도 활동하고 있는데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고 한다. 한 가지 유력한 이론은 달리기를 하면 근육으로 모든 피가 가고 소화기관으로 가는 피는 줄어들기 때문에 내장의 감소된 혈압으로 인해 설사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긴장해서 그런 것이다. 달리기 대회에서 유독 설사를 하는 것을 보면 정신적인 긴장과 불안이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미카엘 에크발(Mikael ekvall)이라는 스웨덴의 장거리 선수는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설사를 하는 사고를 겪었다. 하프 마라톤을 1:09:43에 기록으로 들어오며 21등을 차지했다. 왜 계속 뛰었냐고 물어봤더니 이번에 멈추면 다음번에도 멈추게 될 것 같아서였다고 말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고 말하며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 선수는 몇 년이 지나서 하프마라톤을 1:02:28에 완주하며 스웨덴 국가 기록을 세웠다. 유사한 사고가 프랑스 선수와 중국 선수에게도 일어났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가 아니었던가? 나는 변비로 고생해 본 적 있어서 그 괴로움을 잘 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다시마와 채소를 많이 먹고, 요가를 하고, 아랫배 마사지를 해도 변은 나오지 않았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변비는 사라졌다. 달리기를 하면 설사를 하는 메커니즘은 알 수가 없지만 결과는 확실하다. 변비로 고민한다면 달리기를 해라.


둘, 집중력 향상

거의 2년 동안 공부만 했다. 경영, 법률, 기술 등 전혀 다른 분야의 자격증들을 7개 취득했다. 하루 평균 8시간씩 공부했다. 시험마다 한 달 전부터는 순 공부시간이 10시간을 넘었다. 학창 시절에도 공부를 잘했던 적이 없었고 술을 많이 먹어서 나의 암기력과 인지능력은 더욱 감퇴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목표로 한 모든 자격시험에 고득점으로 합격했다.

    분야별로 공부하는 노하우가 조금 생겼다. 법률은 목차를 외우고 분류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은 수학공식들을 무조건 암기하면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공식을 말로 풀어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노하우는 다른 사람들의 시험 후기를 읽어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공부는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하고 집중력이 성과를 결정한다. 

    공부하겠다고 책상에 앉아 있기는 쉬웠다. 그러나 집중하는 것이 어려웠다.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시험에 불합격한다. 사실, 집중력이 없으면 살면서 어떤 일도 성취할 수 없다.

    집중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정서적인 안정이 필요하다. 부모님이 매일 소리 높여 싸우는 환경에 있는 청소년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 성인이 되어도 돈 문제나 불만족스러운 인간관계로 정서적인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는 정서적으로 늘 불안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정신과에 가면 최소한 가벼운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진단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증상들을 완화시켜준 것이 달리기였다. 공부를 할 때 주로 아침에 달렸다. 두어 시간 책을 보다가 달리기를 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집중이 더 잘 된다. 

    장기간 공부하는 사람들은 모두 운동을 할 것을 권한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체력뿐 아니라 집중력도 높인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고 추측한다. 달리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고, 유산소 운동 능력이 좋아지면 온 몸의 근육과 뇌에 더 많은 산소를 보낼 수 있게 된다. 뇌가 잘 돌아가려면 산소가 풍부해야 한다. 달리기가 뇌의 인지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셋, 명상 하기

 달리기는 힘들다. 그래도 달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것임을 알기에 억지로 몸을 끌고 나간다. 달리다가 숨이 차오르면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처음에는 이 생각 저 생각하지만 20분 정도 넘어가면 생각이 차츰 없어진다. 경험상 달리기에 적응이 되기 시작하는 때는 20분을 경과하면서부터이다. 늘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지만 대부분은 음악에 집중하지 않는다. 생각이 차츰 없어진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1시간쯤 달리고 나면 힘들어지고 시작하고 다시 생각이 많아진다.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는 명상이다. 명상은 생각을 멈추는 것(사마타)과 사물의 원리를 꿰뚫어 보는 것(위빠사나)을 말한다. 서구에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하여 효과가 인정되고 있는 명상법이 마음 챙김(mindfulness)이다. 마음 챙김을 설명한 책들을 읽어보면 초기불교의 명상법으로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말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마타 명상을 할 때는 자리에 앉아서 생각을 계속 끊어낸다. 생각을 끊어내며 사물에 대한 판단을 멈추는 것이다. 판단을 하게 되면 '좋음과 싫음'의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은 또 다른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에 물으며 망상을 하고 혼자 괴로워진다. 생각을 줄이고 판단을 멈출수록 마음의 평화가 생긴다. 명상을 해보면 알지만 생각을 끊고 아무 생각도 안 한다는 것은 초능력에 가깝다. 명상할 때 생각을 끊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다른 것에 집중을 하게 된다. 호흡이다. 숨쉬기는 언제나 나와 함께 있다. 숨쉬기에만 온 집중을 다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게 되면 다리에 움직임 또는 호흡에만 집중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생각은 줄어든다. 매번 달릴 때마다 생각이 없어지고 평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한 시간 정도 달리고 정말 기분 좋은 달리기를 했다는 기분이 드는 날이 있다. 이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돌이켜 보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달리는 행위에만 집중한 것이다. 명상을 한 것이다. 일시적으로 사마타를 한 것이다. 달리기가 잘 되는 날에는 '나'라는 자아를 잊게 된다.  이것은 '내 것'이고 이것은 '나'이고 이것이 '나의 자아'라는 심리현상들은 괴로움에 원인이라고 불교에서 진단한다. 명상이 종교적이라고 생각하여 거부감을 갖거나 미신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미 첨단장비들을 이용하여 뇌를 관찰하며 명상이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달리기는 명상의 한 방법이다. 나는 경험적으로 달리기가 나의 뇌에 화학 성불들을 바꾼다는 걸 안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괴로울 때  달리고 나면 한동안은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다.


나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달리기가 해결해 주거나 완화해주고 있다. 변비 때문에 고생하다가 달리기를 하고부터 매일 쾌변을 보고 있고, 목표한 자격증 시험에 전부 합격했다. 그리고 우울증과 범불안장애(의사에게 진단받은 적 없음)를 달리기로 자가 치유를 한다. 너무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달리기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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