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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Apr 29. 2024

2030년 AI에 대체되지 않는 인재의 요건

인공지능파괴적 혁신

1997년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체스 대결이 벌어졌다.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 Deep Blue는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겼다. 언젠가는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놀랍지 않았다. 2016년 알파고 AlphaGo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사람들은 훨씬 더 놀랐다. 체스와 바둑을 비교하면 체스는 전술, 바둑은 전략 게임이다. 전술은 당장 눈앞의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몇 수를 뜻한다. 체스 선수는 온갖 패턴을 연구해서 전술에 능숙해지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체스는 첫수가 400가지인 반면 바둑은 첫수가 12만 9960가지이다. 바둑은 가로 19줄 세로 19줄의 판 위에서 일어나며, 경우의 수는 우주의 모든 원자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바둑은 최후의 승리를 위해 작은 전투는 질 줄도 알아야 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은 패턴을 찾는 데 인간보다 낫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은 흉내 내기 어렵다. 카스파로프는 ‘지금은 휴대전화의 무료 체스 앱이 나보다 더 잘 둡니다’라고 한다. 그는 최근 한 강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 그리고 우리가 하는 법을 알고 있는 모든 일에서 기계는 우리보다 더 잘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AI 슈퍼파워>의 저자 리카이푸는 2030년까지 현재 직업 중 40%가 인공지능에 대체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9%의 직업만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어느 것이 맞는 걸까?             

              

인공지능이 불러올 파괴적 혁신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갈 키워드

AI 면접관이 더 공정하더라도...

창의성공감 능력재학습 역량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호모 프롬프트

알파고 이후 코딩 배우기가 퍼졌다. 기초 코딩을 6개월 배우면 IT 회사에 취업할 수 있다는 학원들이 성행했다. 시대에 뒤처질까 두려운 직장인들이 코딩을 배웠다. 그러나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프로그래머는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직업으로 예측된다. 2022년 오픈 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이라는 도구를 공개했고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한 분석에 따르면, 프로그래머들이 이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코딩을 55% 빨리해 내고 있다. 

    챗GPT-2가 공개되었을 때 프롬프트에 '백인이 하는 일은....'이라고 입력하면 "경찰관, 판사, 검사, 미국 대통령"이란 말이 자동 완성되었다. 같은 프롬프트에 단어를 '흑인'이라고 바꾸면 "포주, 매춘부"와 같은 말들이 이어졌다. 인터넷에 떠도는 인간의 편향을 그대로 학습하여 생긴 결과이다. 챗GPT-3은 독이 될 수 있는 응답을 제한하고 편향을 줄였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응답 품질은 프롬프트에 어떻게 질문하는지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거부감 없이 기술을 잘 활용하는 능력을 갖춘 인간형으로 '호모 프롬프트'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정보를 찾아 분석하고, 글을 쓰고, 이미지와 동영상을 만드는 일은 이제 프롬프트에 한 문장만 입력하면 해결된다. 불과 100년 만에 양초가 발전소로 바뀌고 마차가 우주선으로 바뀌었다. 비슷한 일이 앞으로 30년 후에 일어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 채용

인재를 채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1차에서 서류심사로 지원자를 압축하고, 2차에서 면접심사로 최적의 지원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미리 규칙을 정해야 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 특정 자격증 소지, 몇 년 이상의 경력>과 같이 지원자의 최소 역량을 정하고 그 선을 넘지 못하면 걸러낸다. 서류심사는 규칙에 크게 의존하는 반면 면접심사는 면접관의 강한 주관이 반영된다. 면접관은 몇 가지 질문을 해서 지식을 측정하고 과거에 했던 일을 물어봄으로써 역량이 있는지 판단한다. 

    면접관 중에는 '보면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면접관은 지원자의 특정 정보(예: 출신 대학)로 편향된 첫인상을 만든다. 그리고 면접 시간 동안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증거를 찾으려고 애쓴다. 같은 지원자도 면접관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평가한다. 노련한 면접관은 이런 편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극복하려고 애쓴다. 

    벤 호로위츠는 실리콘밸리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깃허브'와 같은 기업을 초기에 발굴하고 600개의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이다. 많은 창업자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벤 호로위츠에게 발표를 하고 면접을 본다. 그는 다른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어떤 창업자를 보고 순식간에 판단해 CEO 재목이 아니라고 결론짓는 광경을 본다'라고 한다. 벤 호로위츠는 '일반적으로 창업자가 CEO 기량을 발달시키려면 수년이 걸리고, 나로서는 어떤 창업자가 이를 해낼 수 있을지 판단하는 일이 극히 어렵다'라고 말한다.

    지원자는 편향이 심한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더 공정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자동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인간보다 훨씬 많은 지원자를 검토한다. 인간처럼 한두 가지의 결정적인 정보로 편향을 갖는 것을 회피할 수 있다. 예컨대 면접관이 출신 대학에 영향을 받는다면 인공지능은 모든 대학을 같은 조건으로 놓고 지원자의 다른 역량들을 평가한다. 

    인공지능 채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어떤 지원자가 10년 전에 인터넷에서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욕설을 댓글로 남겼다고 가정해 보자. 인공지능은 이 댓글을 찾아내어 지원자를 부적합한 인재로 판단할 수 있니다. 이 시나리오는 현재 기술로도 가능하다. 메타(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의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한 번도 밝히지 않은 정보를 높은 정확도로 추리한다. 어렸을 때 헤어져 존재조차 몰랐던 쌍둥이 형제가 친구로 추천되기도 하고, 사용자가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성적 취향을 알아내기도 했다. 현재 개발된 채용 인공지능 중에는 관상을 보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표정을 학습하여 통계적으로 그 사람이 성과를 낸 그룹에 속하는지 그렇지 않은 그룹에 속하는지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런 채용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당신이 채용 담당자이고 A, B 두 명의 2명의 지원자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A는 당신이 알고 지낸 사람이고 B는 처음 보는 사람이다. 면접을 본 결과 두 사람의 역량이나 잠재력이 비슷하다고 평가된다.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A를 선택할 것이다. 이번에는 인공지능에 도움을 받아보자. 인공지능은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A에게 82점을 주고 B에게 95점을 주었다.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이와 비슷한 연구에서 대부분은 자신이 알고 지낸 A를 채용하겠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편향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을 기반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인공지능이 더 발달하고 채용에 응용되더라도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인공지능 면접관을 더 선호할지라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고 좋은 첫인상을 만드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가장 유망한 역량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질 일자리 예측이 9~40퍼센트까지 격차가 큰 이유는 ‘직업’과 ‘과업’이라는 기준 차이이다. 하나의 직업은 여러 가지 과업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가장 먼저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일로 세무 대리가 꼽힌다. 세무사는 의뢰인을 대신해 서류를 작성하고 신고를 대행한다. 패턴이 있고 반복적인 일은 인공지능이 우월하다. 그러나 세무사라는 직업은 의뢰인과 상담하고 상황에 따라 어떤 세법을 적용할지 고민하는 과업도 있다. 세무대리는 이미 쉽게 대체되고 있지만 세무사의 과업은 여러가지라서 직업을 인공지능이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파이썬이나 R을 이용한 데이터분석은 인공지능의 하위분야이다. 현재는 유용한 지식이지만 5년 후에도 쓸모가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배우는 것은 이롭다. 지식은 낡은 것이 되더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은 남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것을 배워야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다워’지는 것이 가장 어렵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전략적 사고로 창의성을 발휘하고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가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란 거대한 변화의 파도는 피할 수 없다. 파도에 휩쓸리기보다는 파도 위에 올라타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디로 향하는지 불확실한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잘 잡으려면 계속해서 재학습하는 역량부터 길러야 할 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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