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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Mar 20. 2022

첫 발을 내딛는 것이 가장 두렵다.

 낮잠에서 깼다. 암막 커튼을 처놔서 어둡다. 불쾌하다.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었는지는 희미하지만 춥고 어둡고 힘들었다. 지난 몇 년 간 아침에 일어나면 병적으로 우울할 때가 많았다. 의식이 들자마자 과거에 대한 회한에 빠졌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용서란 과거에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는 것이다. 이미 일어났고 돌이킬 수 없는 일에 아무리 시간을 쏟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자기 자신을 학대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것이며 이것은 중독성이 있다. 이런 생각으로 마음을 잡아본다. 15분쯤 누워 있었던 것 같다.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 탄산수를 병째로 들이켰다. 톡 쏘는 맛에 정신이 든다.


일을 해야 한다.

  사업자등록을 내고 3주가 지났다. 주 사업은 스포츠 관련업으로 했고 부 사업은 경영지도사업으로 했다. 중국에서 세 가지 상품을 샘플로 매입했다. 스포츠 관련 용품들이다. 세 가지 중 한 가지는 소형 전자장치라 합법적으로 팔려면 KC등록이라는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인증하는 비용은 최소 수십만 원인데 상품은 몇만 원이다. 인증을 받으면 그만큼 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에 우선은 보류했다. 통신판매업을 등록하고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했다. 세 가지 중 한가지 상품은 스마트스토어에 올렸는데 도통 방문자가 없다. 이 상품은 내가 오랫동안 몇 종류를 사용해 봤고 내가 고른것에 장점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홍보가 문제이다. 쇼핑몰 꾸며야 하는데 사진을 잘 찍어 디자인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검색하면 상위에 노출되어야 하는데 돈을 쓰지 않으니 이 또한 어렵다. 좋은 제품이라고 저절로 팔리지 않으며 마케팅이 필요하다.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심리학과 통계분석을 통한 마케팅하는 기법을 달달 외우고 이해도 했었다. 실전으로 해보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이번 한 주는 총 60km를 뛰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로 달리기도 하고 맨몸 운동도 한다.  말을 하는 대상은 달리기 동호회 사람들이다. 지난 두 달간 인스타도 열심히 해서 팔로워가 200명에서 1100명으로 늘었다. 팔로워는 달리기 하는 사람, 등산하는 사람, 요가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하는 운동도 기록하고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는 트렌드도 보고 있다.


 정부지원 사업에 지원할 사업계획서도 두 개를 써서 제출했다. 둘 다 선정될 가능성은 낮다. 첫 번째 사업은 스포츠 산업에 대한 나름 새로운 아이디어이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실현 가능성이 적다. 두 번째 사업계획서를 쓸 때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스포츠 관련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것은 잘만 하면 대박을 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러나 나는 지원 대상자가 아니다. 사업자등록이 2월까지 없는 예비창업자여야 하는데 나는 2월에 사업자등록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매출도 없는데 사업자등록을 덜컥 해버린 것을 후회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지원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사업자등록이 있다는 이유로 심사대상에서 제외될 듯하다. 앞으로도 작은 정부지원 사업이 몇 개 있을 것 같아 계속 지원해 볼 생각이다.
 비즈니스 책을 평균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있다.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가 쓴 <슈독>과 버거킹 창업자가 쓴 <버거킹>을 재미있게 읽었다. 두 창업자 다 사업 초기에 사업자금을 조달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어도 자금이 없으면 사업을 일으킬 수 없다.


사업을 하기로 했으니 투자를 해야 한다. 금전적으로는 샘플을 매입하고 이것저것 구입했지만 아직 100만 원도 안 썼다. 내가 운동할 때 애용하는 상품 세 종류를 매입은 했다. 대량 유통하기 전에 시장의 반응을 봐야 한다. 유통업은 시작은 쉽지만 임차비를 감당하고 재고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잘 돼도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다.
시간적으로는 아이디어를 계속 짜내는데 투자하고 있다. 책도 보고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 보고 마케팅 책들을 다시 들춰 보고 있다. 그러다 떠오른 생각이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좋아 보이지만 내가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외주용역을 맡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돈을 쓰더라도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안 나올 위험이 있다. 내가 직접 개발하면 좋지만 배우려면 또 앞으로 최소 6개월은 배우는데 전념해야 한다. 지난 2년간 경영지도사, 행정사, 가맹거래사와 기사 자격증을 3개 취득했지만 사업화하지 않았다. 다시 앱 개발 공부를 하는데 시간을 쏟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하루 2시간씩은 프로그래밍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배우는데 쓰기로 결정했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스포츠 상품도 유통시키고 싶고 앱 개발도 하고 싶다. 프로그래밍과 데이터 분석 기술도 익혀서 사업화 하고 싶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는 달리기도 매일 해야 한다. 달리고 나면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인증을 해야 한다. 경영, 건강 달리기에 관한 책들도 읽고 싶다. 모든 일을 다 하려는 것은 어리석다. 마케팅에 기본은 시장을 세분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결정하고,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역량을 집중 투입시키는 것이다. 어디에 집중을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선은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가장 괴로운 일은 목적이 없이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이 생기고 과거를 돌아보면 회한에 젖는다. 현재에 살아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의욕에 사로잡혀 여러가지 일을 번갈아가며 하다보니 잠에서 깼을 때의 우울함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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