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안 Dec 04. 2022

잠 잘 자야 집중할 수 있다.

학습을 위한 집중력

 '잠을 자는 시간은 죽어 있는 시간이다.'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채팅방에서 한 사람이 말했다. 이 사람은 달리기를 잘하는 40대 남성이다. 매일 아침 출근 전 평균 한 시간 정도씩 달리고 인증 사진을 올린다. 잠은 죽은 것과 같은 상태라서 잠을 적게 자야 한다는 의견이다. 잠을 그렇게 적게 자고도 매일 달리기를 한다는 말이 내 입장에서는 믿기 어렵기도하고 부럽기도 하다. 


 내가 잠이 많다는 사실은 젊을 때 군대에서 알았다. 군대에서는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강제로 자야 한다. 하지만 단체생활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방해받고 야간 근무도 서야 해서 실제로 자는 시간은 평균 7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잠을 자도 늘 피곤했다. 제대를 하고 나서 한동안 마음대로 생활할 수 있는 자유가 너무 좋았다. 가장 고맙게 느끼는 것은 피곤하면 언제든지 드러누워 잘 수 있다는 자유였다.


 학교로 복학하고 열심히 살아보고 싶었다. 자기 계발 서적들을 자주 읽었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이야기가 있었다. 정주영 회장은 일을 더 많은 욕구를 참을 수 없어 매일 아침 새벽 3시에 일어났다고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는 결론이었다. 이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나도 실천해보았다. 매일 아침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매일이라고 해봐야 지속할 수 있는 날은 3~4일이었다. 하루는 늦잠을 자고 다시 3~4일은 새벽에 일어나기를 이주일 정도 시도했다. 그리고 다시 깨달았다. 내 몸은 잠이 많이 필요하다. 8시간은 자야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잠을 못 자는 게 문제였다. 늘 피곤했지만 막상 자려고 누우면 잠에 들기 어려웠다. 가벼운 수면장애에 시달렸다. 반년 정도는 수면유도제를 사서 먹은 적도 있다. 수면유도제는 수면제와 다르게 내성이 없고 약국에서도 살 수 있다. 수면유도제를 먹으면 잠을 자다 깨는 일은 적다. 그러나 8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머리가 멍하고 몸의 나른함이 없어지지 않는 부작용이 있다. 아침에 일어난 이후에 완전히 잠이 깨기까지는 2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서 수면유도제를 끊었다.

 비교적 최근인 2년 전부터는 잠에 잘 드는 방법을 하나 발견했다. 호흡명상이다. 피곤해도 잠에 잘 못 드는 이유는 머리에 스위치가 꺼지지 않기 때문이다. 누워서 아무 생각도 안 하고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인가 잠이 들었다. 중요한 일이 있기 전날에 잠을 못잘까봐 늘 불안했고 불안하면 더 잠에 안들었다. 호흡명상이란 방법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불안해서 잠을 못자는 경우는 줄어들었다. 


 잠을 적게 자야 시험에 붙고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러나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잠을 많이 잤다는 사례가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책에서 글을 집중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은 오전에 4시간이라고 한다. 4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낮잠을 꼭 자야 한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도 하루 10시간씩 잠을 잤고 낮에 또다시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었다. 잠을 잘 때 뇌에서는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꾼다. 오늘 공부한 것을 안 잊어버리려면 잠을 자야 한다. 

 운동선수들은 잠을 자야 몸에 근육 세포가 회복되면서 성장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18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자인 데지 린덴 선수는 인터뷰에서 하루 10~11시간을 잔다고 말해다. 크로스핏을 5년 연속 우승하며 최고로 손 꼽히는 맷 프레이저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가장 신경쓰는 것이 잠이다. 심지어 훈련보다 잠을 잘 자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적인 활동을 하던 육체적인 활동을 하던 잠을 적게 자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잠을 얼마나 자느냐가 아니라 깨어 있는 시간에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문제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잠을 잘 자는 것은 우울증과도 관련 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수면장애가 있다.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이 있다. 뇌에 기억력을 관장하는 부분이 해마인데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과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이 부위가 작다. 그러나 잠을 잘자면 이 부위가 늘어난다. 


 잠을 자면 깨어 있는 시간이 줄어들지만 집중력은 올라간다. 공부할 때 하루 16시간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어 봤다. 그러나 집중하며 진짜로 공부하는 시간은 하루 8시간을 넘기기 어렵다. 잠을 자는 시간은 죽어 있는 시간이 아니다. 잠을 자는 동안 근육과 두뇌가 회복된다. 영혼이 살아난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더 집중하려면 자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sqld 자격증 일주일 벼락치기 공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