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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새월 May 26. 2024

백지


바다 한가운데


파도는 조금도 치지 않지만

분명 가득 찼다


손발을 허우적대 본다

가락들 사이로 부서지는 방울들

서늘함을 느끼는 무안해진 바닥들


진짜 바닥은 만날 수 없다

구명조끼도, 보트도 없지만

침몰되지 않는다

표류 만으로 충분하니까


죽은 부표가 둥둥 떠다닌다

흐느적거리는 밧줄

잘린 닻의 머리를 상상한다


작은 돛 하나 없다

재미없는 해만 여전히 막강하다

그림자 하나 만들지도 못하는 주제에


안 쪽으로 머리를 넣어본다

새하얀 어둠


눈을 감고 헤엄치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미약한 물결

파도를 본뜨기 시작한다


용승을 원한다

하얀 공백을 더럽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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