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하디 약한 불꽃에 타볼까
옷매무새
잔표정
잡생각
조금만 태워 깔끔하게 다시 태어날까
불길로 들어가자
불로 된 길로 들어가자
벌레 몇 마리가 제 흥에 못 이겨 타 죽은
가여운 몇몇 수풀이 희생당한
다른 모두가 우려로 우러러보는
그 불 길을 걷자
모든 티를 지우고 다시 태어나리라
발을 내민다
절벽을 상상하고 다이빙 대에서 뛰는 것처럼
줄 없는 번지를 안전하다고 믿으며
믿고 있던 발등은 뜨거웠다
뜨겁다
지은 죄 안 지은 죄 전부 떠오른다
눈물 흘린 것
눈물 흘리게 한 것
눈물 흘리게 해 눈물 흘린 것
잡지 못하는 불의 형상처럼
뒤죽박죽 엉키다 사라진다
이럴 리가 없어
이렇게 약하디 약한
장식에 불과한 불에 전신이 흔들릴 리 없어
이렇게 약하디 약할 리가 없어
장식에 불과한 삶이었을 리가 없어
혹 이것이 정화인가
불 길을 원한 것이 아니라
불길이 원한 것인가
한 줌 재가 되어 불길을 찬양하는 것이
결국 역할이었나
역할이라 부를만한 유일한 것이었나
벌레와 수풀처럼
가엽고 오만한 존재인가
뼈와 재가 비슷한 색이어서 다행이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무엇이 탔는지
가루는 가루 됨을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