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

나는 잉여인간이 되기 싫다.

by 아무도모른다

이제는 일 년도 더 된 일이 되었다.
내가 영국에 갔다 온 것 말이다. 2014년 3월부터 준비를 시작해 7월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명목이 어학연수였지, 주위 친구들도 다 갔다 온, 그리고 나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야 겠다는 흑심이 약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떠나게 된 유럽에서의 생활은 딱 2달 즐거웠다. 도착하자 마자 만났던 한국인 동생과 오빠, 그리고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만남은 딱 여름 성수기인 2달까지였기 때문이다. 6개월 코스로 온 나와는 달리 그들은 9월이 지나자 하나씩 떠나기 시작했고 남은 사람들은 나와는 그렇게 맞지 않는 친구들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흐르고 나는 점점 향수병에 시달리게 됐다. 친구도 다 떠나 없었고, 영국의 날씨는 알다시피 흐리고 회색 빛의. 정말 쉣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내 기분도 우울해지고, 매일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징징대기 시작했다. 어서 집에 가고 싶다, 여기 너무 힘들다. 마침내 한국에 들어오는 날, 한국에서 이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곧이어 나의 대학 생활의 마지막 학기가 시작되었고, 나의 다짐은 그렇게 오래 가진 못했다. 학점도 평타 정도.....


졸업을 유예하고 또 분기탱천하여 취업 공부를 시작했다. 분명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그들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흥분되게 만들었다.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 어느 때보다 나를 들뜨게 했다.


그런 와중에, 얼떨결에 넣은 자소서가 붙어 버렸다. 원하는 직무도 아니었고, 이래저래 그 회사와 관련된 것들이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작문 시험을 쳤다. 별 준비를 하지도 못했는데, 또 붙어버렸다. 면접일자가 다가왔다. 분명 싫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공부를 하기 싫다는 나의 마음이 커졌다. '아 여기 그냥 붙으면 공부 더 이상 안 해도 되는구나.', '공부 자체가 지친다.'와 같은 마음이 검은 구름처럼 커지면서 내 목표를 먹어 삼켰다. '취업' 그 자체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으로 가볍게 준비했던 면접은 당연히 탈락이 되어 돌아왔고, 지금 나는 또다시 향수병에 걸렸던 그 때의 나처럼 멍청하게 그저 시간을 흘려 보내고만 있다.


탈락 문자를 받고 나니, 내가 한심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옛날과 내가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도, 거기에 더해 시간을 흘려 보내는 잉여였다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겠으니 된 것 같다. 나는 앞으로 또 열심히 살 것이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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