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너무도 현실적인.
어바웃타임, 타이타닉, 클래식, 원데이, PS아이러브유 등등. 내가좋아하는 로맨스 영화들이다. 이 중에서도 나는 PS아이러브유를굉장히 좋아한다.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미망인, 그리고죽은 남편이 끝없이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들. 얼마나 로맨틱한가. 하지만나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적인 연애는 언제나 로맨틱하지도 않고 둘의 사랑이 불타는 것도 한 순간일뿐이다. 게다가 현실은 학업, 취업 .... 끝없는 미션의 연속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정확하게 집어준영화가 나타났다. <비포 미드나잇>이다.
<비포 선라이즈>,<비포 선셋>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했던 제시(에단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그리고 마침내 결혼해 쌍둥이 딸까지 낳은 <비포 미드나잇>. 그런데 이번 편은 현실적, 아니 너무도 현실적이다.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들은 현실적임을 버리고, 둘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어떤 방해물이 있어서 고난이 되고 그 고난을 이겨낸 둘의 사랑이 견고해지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비포 미드나잇>은 이미 사랑을 이뤄낸 중년의 부부가 어떤 현실적인 문제들로 싸우게 되는지,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싸울 때는 어떻게 자존심을 부리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소설가 남편이 사색을 할 동안 어린 딸들을 본다고 힘들었다는 여자, 너 일 하는 동안 나도집안 일을 잔뜩 했다는 남자. 일과 가족 모두 지키느라 내 시간이 없다는 여자, 나는 뭐 안 그렇냐는 남자. 끝없는 대화가 싸움의 절정을 향해 치닫기도하고 다시 화해의 길로 들어서기도 하지만, 둘 다 자신의 희생을 더 강조하며 자존심을 굽히지 않아 결국은 '헤어지자'로, 셀린느의뛰쳐나감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결국 다시 만난 둘은 화해를 하게 되는데, 제시는 셀린느에게 마치 94년의 처음 만났던 시절 처럼 작업('아가씨, 혼자 왔어요 ? 누구기다리나 ?'와 같은 대사들로 말이다.)을 걸고 결국 셀린느는제시에게 못 이겨 제시가 생각하는 사뭇 멍청한 여자인 척('저는 소설가가 참 좋아요. 멋있잖아요.') 제시에게 응답한다.사실 이 부분이 가장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결국 싸움을 마무리 짓는 방법은 자존심을 굽히는것이라는 것.
'이제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 진심이아니겠지만 진심이라면 .... 당신도 어린애들처럼 동화 속에 살고 싶은 거군. 난 화해하려고 애쓰고 있어. 무조건 사랑한다고, 아름답다고, 80살에도 엉덩이가 빵빵하다고 웃게 해주고 싶어서. 당신 말 다 받아줬어. 되돌리려고 낑낑대는 줄 안다면 오산이야. 근데 진정한 사랑을 원한다면 이게 맞아. 실제 삶이니깐. 완벽하진 않지만 실제야.'
제시가 줄리에게 말하는, 이게 바로 실제라는 것. 완벽하지 않고 끝없이 싸우고, 서로의 약점을 맘껏 건드리기도 하고상처 줄 말을 잔뜩 뱉어내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돌아오는 것이 실제의 삶이고 실제의 사랑이라는 것. 이영화는 그것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