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했었어요, 결혼.

by 이주희

"결혼하셨어요?"

며칠 사이 벌써 두 번째 듣는 질문이다.

새로 온 손님의 신상이 그렇게 궁금할까?

내 나이 정도면 누구든 의례히 인사처럼 건넬만한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평범한 물음에 평범한 대답을 할 수 없는 내 처지가 문제겠지.



지난 주말에 뿌리 염색을 하러 집 근처의 새로운 미용실에 갔다.

직접 전화하지 않아도 네이버로 예약이 되어서 요즘은 어디 예약하기가 무척 편리하다.

누구나 그렇듯 손님과 주인의 만남도 처음은 낯설고 어색하다.


... 그래서 물어본 말이었겠지.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허를 찔리고 말았다.

애초에 '미혼'이라는 대답은 선택지에 없었다.

'기혼'과 '이혼'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다 그날은 불편한 추가 질문을 피해 가기에 편리한 '기혼'으로 답을 했다.


다행히 추가로 아이에 관해서는 묻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더 많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몇 살 차이 나세요?"

"세 살이요."

"위로요?"

"네."

"다음에는 머리 감을 때 남편분께 이렇게 도와 달라고 하세요."

거짓말을 거듭하며 마음이 불편해져 왔다. 애초에 이혼했다고 할 걸 그랬나.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결혼하셨어요?"

꽤 시간이 걸리는 레이저 시술을 그냥 하기 싫었던 걸까, 아니면 그 시술을 받는 여자의 데이터가 필요했을까. 나는 지난번 '기혼' 대답을 선택하며 들었던 후회를 떠올렸다.

‘그래, 이번에는 솔직히 말해보자.’

"이혼 중이에요."

잠시, 정적이 흐른다.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유지는 얼마나 하신 거예요?"

"14년도에 했으니까..."

"14년을 유지하셨다고요?"

입안에 문 거즈 때문에 전달이 잘 되지 않았나 보았다.

"아니오, 14년도에 결혼해서... 7년 되었네요."

"아, 네. 소송 중이신 거예요? 아이들 때문에?"

이어지는 질문이 뼈가 시리게 아프다.

"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작년 9월에 시작했는데."

"유책은 어느 쪽이세요?"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이 있나. 자기에게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도 "내가 유책배우자입니다." 할 사람이 어디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니오! 저쪽에서 다 잘못했어요."

라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누가 시작했고 더 잘못했든 두 사람 간의 일이다. 저울로 매달듯 무 자르듯 잘잘못을 가리기 힘든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그 의사 분은 결혼을 안 해보신 걸까? 결혼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저렇게 묻지 않았을 텐데.


약간 취조 같은 분위기로 그렸지만 그 의사 선생님은 진심으로

"요즘 누가 참고 살아요. 저 '돌싱글즈' 팬입니다."

"아이고. 그동안 많이 힘드셨겠어요."

라며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었다. 뜨겁디 뜨거운 레이저 탓도 있었지만 나는 좁은 베드에 누운 채로 슬그머니 삐져나오려는 눈물을 참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써야 했다.




그리하여 다음번 "결혼하셨어요?"에는 어떻게 현명하게 대답할지 생각해보려 한다.

동정받지 않으면서도, 너무 상대를 탓하지 않으면서도

무엇보다 내가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

"한 번 했었어요."

는 어떨까.

"한 번 갔다 왔어요."

라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도대체 '어디'를 갔다 왔다는 건지 불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명색이 선생답게

과거형으로 결혼을 한 번 '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진행형은 아니라는 걸 한 문장에 담고 싶다.



돌아오는 일요일에 그리운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이전부터 전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케이크 만드는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같이 가자고 했다.

그것까지는 겨우 알겠다고 했는데

넷이서 아예 밥도 같이 먹자고 한다. 내가 서울로 다시 올라갈 때까지 넷이 붙어있을 심산인가 보다.

나는 그 얼굴이 보기 싫다. 같이 있기는 더더욱 싫다.

이제 그만 과거의 남편으로 사라져 주면 고맙겠다.


그래야 나도 새로운 삶을 살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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