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그를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껏 하루도 잠을 푹 자지 못했다.
처음엔 사랑의 들뜸 같은 건가 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는 아직 전남편의 폭력 트라우마를 떨쳐내지 못했다.
갑자기 시작된 수면 장애와 식욕 부진은
내 온몸이 반응으로 알리는 알람이었다.
‘저 남자도 남편과 같을지 몰라.’
남자를 피하려고만 했지
진지하게 마음에 들일 생각을 한 건 처음이다.
그리고 이제 확실히 알겠다.
나는 또 맞게 될까 봐 두렵다.
어제 산책하며 롯데월드타워에 크리스마스 느낌으로 꾸민 특별한 조명이 보였다. 예쁜 걸 보니 그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뒤이어
이런 연애 감정으로 인해 자칫 내가 다칠까 걱정이 되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고.
지난번 서로의 친구들과 어울려 만났을 때도 그랬다.
즐겁게
열띠고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서 신나게 수다를 마음껏 떨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잘 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몰랐다.
그간의 어두운 세월이 내 안에 이렇게 깊이 잠들어 있었는지. 남편에게 목이 졸리고 나서 음침한 눈길로 나를 내려다보던 그 길고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나타났다. 그 거인이 어디 가지 않고 이토록 조용히 다시 깨어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니.
언제 손이 올라갈지 몰라 숨죽이면서도 아이들 때문에 한 공간에 있어야 했던 그 집. 하루가 멀다 하고 욕설이 날아다니고 그것도 모자라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경제적 학대까지 있었던 그곳.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네가 엄마냐?”라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조차 수 번의 탈출을 시도했다.
다시 나를 잡아먹을 듯한 이 공포 앞에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나 분명한 건,
기어코 힘겹게 찾아온 지금의 평안한 일상에
이 불청객을 들이고 싶지 않다는 점이다.
* ‘조용한 희망’에 보면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집을 나갔다
최종적으로 헤어짐을 감수하기까지
평균 7회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저 또한 5회 정도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했습니다.
새로운 복병을 만났네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인지도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런 경우와 관련해서 어떤 경험이나 조언을 공유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혼자서는 아무런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요. 저는 밤을 지새우고 있지만 독자님은 편안한 밤 되시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