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by 이주희

마음이 너른 사람이면 좋겠어요.

어렵게 제 생각을 말하면, 있는 그대로 듣고 믿어주면 좋겠어요.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상대가 들어서 좋을 게 없는 말은

그만 참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화가 난다고 해서,

지난 일까지 다시 불러와 공격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힘들게 서운했던 점을 이야기하면

들어보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전남편과 너무 지긋지긋하게 싸웠어서

이제 싸우고 싶지 않아요.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다면

꼭 필요한 만큼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만 이야기하면 안 될까요.

완전 바보는 아니라서

말하면 알아듣거든요.

"굳이 웃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했다가

"웃어야 역시 예쁜 얼굴이네."

라고 나중에 뒤집어 말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소기 하나 없는 얼굴도 있는 그대로 보아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너의 웃지 않는 얼굴은 봐주기 힘들어."

라던지

"표정이 왜 그래?"

라는 말은 절대, 다시 듣고 싶지 않아요.

이제껏 너무 많이 들어서요.

그리고 들을 때마다 듣기 싫어서요.

내 표정 하나에 세상이 끝난 듯 호들갑 떠는 게 너무너무 싫어요.

지금 내 표정이 어떤지 거울이라도 들고 다니며 확인해야 하나요?

어떻게 사람이 맨날 웃고 살겠어요.

나도 사람이잖아요.


맨몸으로 거실을 다니는 내가 걱정이 된다면

말없이 커튼을 달아주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커튼 뒤에서

함께 나신이 된다면 더 좋겠어요.


기본 상태값이 홀로인 인간이다보니

보고싶어도 너무 자주는 보지 않았으면 해요.

최소한의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배려해주었으면 해요.

만남의 빈도 이외 다른 것도

내 의견을 존중해준다면 좀 더 편안하겠죠.


아무리 친밀해져도

한 번씩 근사한 곳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면 좋겠고

코로나가 괜찮아지면

산으로 들로, 다른 나라로 많이 놀러 다녔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둘 낳고 이혼까지 한 제가

이렇게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천지네요.

비틀비틀 잘하지 못해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옆에서 봐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정말 넘어질 것 같으면,

그때 내민 손은 잡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그려준 길을 따라 걸으라고 하면

전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나의 자유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나의 두 딸도 큰 부분이고요.

이제 와 누구를 따라 속박되어 살기엔

이미 치른 대가와 희생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 보이지 않나요?

그저 제가 살아가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봐줄 수는 없나요.


매일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두 딸에 대한 그리움과

이혼으로 인한 힘듦이

없는 게 아니란 걸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쩌면 나는 남은 세월을

두 딸을 그리워하다 늙어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애닲게 생각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번엔 다르겠지'라는 생각이었다가

마지막엔 '이번도 별반 다르지 않군'이라는 마음으로 끝이 날 때

다시금 남자에 대한 희망을 잃습니다.

안되면 혼자 살아야겠지요.

이상형은 이상형이니.

누군가 언제 또 물어본다면

그때는 대충 생각나는 대로 답하지 않으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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